사진제공=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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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행에 일정 기간 자금이 묶이는 정기예금은 줄고 예금자가 언제든 돈을 찾을 수 있어 대기성 자금의 성격이 짙은 요구불예금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가 연 3% 중반대에 머무는 가운데 5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서 한 달 만에 약 12조원가량 빠져나간 반면 요구불예금에는 30조원 이상의 뭉칫돈이 몰렸다. 최근 주식‧가상화폐 시장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자 자금이 이동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873조376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말(886조2501억원)과 비교해 12조8740억원 줄어든 수치다.

예금금리가 빠르게 하락하자 더 떨어지기 전에 3%대 중반의 금리라도 받기 위한 막차 수요로인해 올해 들어 1~2월 중 정기예금으로 37조원에 이르는 뭉칫돈이 몰렸으나 지난달에는 자금이탈이 발생한 것이다.

반면 요구불예금의 증가세는 지속됐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수시입출금식 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 잔액은 625조9153억원으로, 전월 말(593조5086억원)보다 32조1067억원 늘었다. 2개월 연속 증가로, 증가폭도 2월(+23조5536억) 확대됐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대신 이자 혜택이 거의 없는 요구불예금에 돈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건 그만큼 주식이나 가상화폐 등 투자처를 관망하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동안은 부동산과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자 안정적이면서도 고금리를 주는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몰렸으나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연 5%대까지 올랐던 예금금리 매력도 점점 떨어지는 추세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에서 판매하고 있는 주요 정기예금(1년 만기) 상품의 금리는 최고 연 3.45~3.55%로, 전월 취급 평균금리 연 3.52~3.61%보다 금리 상·하단이 각각 0.07%포인트, 0.06%포인트 내렸다.

여기에 최근 밸류업 기대감으로 국내 증시의 자금 유입이 증가하고 가상화폐 ‘대장’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의 개당 가격이 1억원까지 치솟는 등 시장이 활황을 띄자 상승장에 올라타려는 대기 수요가 큰 것으로 보인다.

특히 4월 말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비트코인 상승흐름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당분간 투자 수요는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