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 정치학 박사 / 前 국민일보 주필.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사당화는 그 자신에게 절체절명의 과제일 법하다. 재선에 성공한다고 해도 사법 리스크는 계속 따라다닌다. 정치인으로 살아남으려면 당의 철통같은 방탄 태세가 필요하다. 무난히 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옹립되기 위해서도 친명 일색의 의원단 구성은 필수적이다. 이를 전제로 할 때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을 공천 제1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장래의 유력한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들이 배제된 이유도 다를 바 없다.

이 대표의 구상대로 공천자는 결정됐다. 그들이 앞으로 국회 안에서, 또 정치권에서 이 대표의 이익 대변인 역할을 할 것이다. 이 대표로서는 쾌재를 부를 만도 하다고 보이지만 그가 놓친 부분이 있다. 너무 목적의식이 뚜렷해서 개인적인 자질이나 인품에 대한 검증이 철저하지 못했다. 이런 일에는 온갖 개성과 욕구와 전력을 가진 사람들이 몰려들게 마련이다. 대다수는 권력자에 대한 찬양과 자기선전에 이력이 나 있다. 추어주는데 취해서 잘못 선택하면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되고 만다.

자칭 ‘궁중 에로 전문가’의 막말 잔치

경기 수원정 선거구에 공천을 받은 김준혁 후보가 벌써 이 대표의 짐 노릇을 하고 있다. 대학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라고 하는데 연구 성과로 어떤 것이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좌파식의 역사 비틀기 모욕주기에 발군이라는 점을 간파하기는 어렵잖다. 막말에서는 이 대표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으로 여겨왔는데, 이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분야에서는 후계자로 삼아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그는 지난 2022년 8월 유튜브 채널 ‘김용민 TV’에 나가 “전쟁에 임해서 나라에 보답한다며 종군 위안부를 보내는 데 아주 큰 역할을 한 사람이 김활란 (이화여대 초대 총장)”이라며 “미군정 시기에 이화여대 학생들을 미 장교에게 성 상납시키고 그랬다”고 주장했다. 이화여대‧이대총동창회‧여성단체들로부터 규탄에다 고발까지 당했으면서도 사과 몇 마디로 퉁치고 선거운동에 열심이다. 이대 총학생회나 여성단체들의 후보직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아예 반응이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팩트체크를 해봤더니 ‘성 상납’은 근거 없는 주장이었다고 한다.

“낙랑클럽은 건국기에 이승만 대통령과 프란체스카여사가 은근히 지원해주면서 영어를 잘 하는 교양 있는 여성들에게 주한 외국인을 상대로 고급외교를 하도록 조직한 비밀사교단체였다.”

“낙랑클럽은 일본의 방향과는 달리 여성 문인들이 주도해 문학적 문화적 교류를 통해 외교를 펼쳤던 것으로 파악된다.”

2012년 이승만 포럼에서 서울법대 최종고 교수가 ‘이승만과 메논, 그리고 모윤숙’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내용의 일부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서울경제, 4. 2). 신생국의 건국초기 민간외교활동을 ‘성 상납’으로 뒤집어놓을 수 있는 그의 상상력이 어이없다. 학자라면 근거를 제시해야 할 텐데 그건 없이 주장만, 그것도 대단히 저급한 표현으로 늘어놨다.

김 후보는 스스로 ‘궁중 에로’ 전문가를 자처했다던데 역사적 인물에 대한 가공의 성추문을 만들어내는 데도 전문성을 발휘했다.

불법 저지르고 적반하장격의 반발

작년 12월 ‘서울의소리’ 유튜브 ‘유용화의 뉴스 코멘터리’에 출연해 “연산 시절에 스와핑이 그렇게 많이 있었다. 고위 관료들, 부부들을 갖다가 불러다가 자기가 보는 앞에서 스와핑을 시키고……이런 말도 안 되는 섹스 행각을 버리는 것들, 이것이 현재 모습하고 뭐가 다르겠나.”라고 떠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정치행태가 고위관료들을 스와핑 시키던 연산군 때와 같다는 말이었다. 이게 자칭 역사학자의 정신세계다. ‘에로’에 물들어도 너무 든 것 같지 않은가.

“박정희라고 하는 사람이… 그 사람도 역시 마찬가지로 일제강점기에 정신대 종군 위안부들을 상대로 섹스를 했었을 테고….”

2019년 2월 ‘김용민TV’에 나가서 그런 말을 했다.

진행자가 “(박 전 대통령이) 문경초등학교 선생 할 때도 학생하고…”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자 김 후보는 “당시에 초등학생이라고 해서 어린 학생이라고 생각했더니 그 시절에는 초등학생이 너무 오래된 이야기니까…신문자 배우러 나이 먹은 학생들도 상당히 많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하고의 관계도 분명히 있었던 거죠”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자신의 악의적 상상력을 사실로 둔갑시켜 대중들을 상대로 퍼뜨려온 사람이 제1야당의 국회의원 후보가 됐다.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하나로!

그는 지난 1월 ‘서울의소리’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이재명 대표 ‘헬기 특혜’를 비판한 의사들을 강하게 비난했다. “생명을 존중하려는 게 아니라 권력을 얻겠다는 것이다. 미친 나라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천을 받기에 최적화된 발언이었다고 하겠다.

양문석 안산갑 후보는 아파트 매입 자금을 불법적 방법으로 거액을 대출받았다가 말썽이 난 경우다. 그는 “편법은 맞다. 그렇지만 피해 본 사람이 없지 않느냐”는 해괴한 논리로 비난을 피해가려고 했다. 여론이 더 악화되자 그는 4일 유세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험한 표현으로 공격했다. 그는 한 위원장을 가리켜 ‘윤석열 대통령의 시다바리(하수인)’라면서 “말장난 하지 말고 니부터 깨끗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양문석, 잘못했습니다. 잘못한 거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주십시오. 윤석열 정권, 제가 종식시키는 데 깃발이 되겠습니다.”

22대 총선 선거사의 전설로 남을 것

사기수법으로 불법을 저질렀으면 후보 사퇴가 정답일 텐데도 그는 되레 큰 소리다. 대통령실, 검찰, 언론을 ‘악의 3축’으로 규정하면서 이들이 민주주의를 망가뜨렸다고 을러댈 수 있는 사람이 달리 또 있을까?

경기도 화성을에 공천을 받은 공영운 후보는 군 복무 중인 아들에게 30억 원대의 주택을 증여한 것으로 여론의 비판에 직면했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을 하루 앞둔 시점에 증여했다는 점에서 내부 정보 이용의 의혹도 받고 있다. 그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은 받아들인다.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겸허하고 조심스럽게 처신하겠다”고 했다. 후보직을 사퇴할 생각은 없다는 말이다.

이정도가 되면 민주당이 공천 취소 등의 결단을 내려야 할 일이겠는데 당사자들에게 미뤄버리고 느긋하다. ‘정봉주 막말’에 대해 공천 취소 결정을 내렸던 민주당은 이미 아니다.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축배부터 드는 분위기인데다 이들의 문제가 대세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여론의 비난에 대해서는 “유권자가 판단할 것”이라는 태도다. 이야말로 ‘민주당다운 대응’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후보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선거운동을 이어가는 심리적 바탕에는, 막말‧비리 등으로는 이 대표가 자신들을 내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욕설의 대가이고 범법혐의의 백화점이라 할 만한 전력을 갖고 있다. 그게 이들의 버티는 힘이 되어 주고 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며칠만 참고 견디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이재명의 민주당’이 자신들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어마지 않을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훗날 한국의 22대 총선 과정은 아마도 ‘역사적이고 국제적인 전설’이 되어 있을 것 같다. 범죄 혐의자, 형사 피고인들이 정당을 장악하고 자기 사람들로 국회의원 선거 후보직을 채웠다. 조국혁신당 같은 경우는 2심에서까지 2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사가 당을 급조, 공천 후보들을 국회에 진입시켰다고 기록될 것이다. 참으로 희한한 선거에 초대된(?) 국민은 누구인가? 국가의 장래를 결정해 낼 수 있는 주권자인가 선동에 이리저리 휩쓸리는 무력한 대중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