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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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거둔 당기순이익이 21조원을 넘어서면서 3년 연속 20조원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보험 계열사의 이익은 늘었으나 금융투자와 여신전문금융(카드·캐피탈·저축은행) 계열사는 부진한 실적을 내면서 전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에 따르면 KB·신한·농협·우리·하나·BNK·DGB·JB·한투·메리츠 등 국내 10개 금융지주사들의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21조524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1조4470억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0.4%(776억원) 늘어난 수치다.

금융지주사 당기순이익은지난 2020년 15조1000억원에서 2021년 21조2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202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21조4000억원, 21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20조원을 넘어섰다.

자회사 권역별로는 은행이 7863억원(+5.4%), 보험이 1조146억원(+43.6%) 증가한 반면에 금융투자는 1조6986억원(-37.9%), 여전사 등은 8902억원(-24.6%) 감소했다.

권역별 이익 비중은 은행이 61.9%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보험(13.5%), 금융투자(11.2%), 여전사(11.0%) 순이었다. 특히 은행과 보험은 전년 대비 이익 비중이 각각 4.9%포인트(p), 4.4%p 증가한 반면에 금융투자와 여전사는 각각 6.3%p, 3.2%p씩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지주회사의 총자본, 기본자본, 보통주자본비율은 각각 15.83%, 14.56%, 12.90%으로 전년 말 대비 각각 0.22%p, 0.23%p, 0.31%p 상승했다. 은행지주 8개사 모두 규제비율을 상회했다.

금융지주사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72%로 전년 말(0.49%) 대비 0.23%p 상승했다. 신용손실흡수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인 대손충당금적립률(총대손충당금/고정이하여신)은 150.6%로 전년 말(170.5%) 대비 19.9%p 하락했다.

부채비율은 27.2%로 전년 말(29.0%) 대비 1.8%p 하락했다. 자회사 출자여력 지표로 활용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자회사 출자총액/자본총계)은 114.2%로 전년 말(114.3%) 대비 0.1%p 하락했다.

금감원은 “지난해 금융지주회사의 대출자산 등 자산성장세는 둔화되고 당기순이익은 2021년 이후 유사한 수준 유지 중”이라며 “자본적정성 등 주요 경영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함에 따라 신용위험 확대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이어 “금융시장의 대내외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금융지주그룹의 잠재 위험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분석 및 대응하는 한편 자회사등의 해외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동투자 등과 관련한 리스크 관리 및 건전성 제고를 위한 지주의 통할 기능 강화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에선 고금리 장기화 기조로 이자이익이 급증하면서 최근 몇 년간 ‘역대급 실적’ 잔치를 벌였던 금융지주들이 올해부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자이익 중심 성장이 한계에 이른 가운데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자율배상 여파로 당장 1분기부터 실적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지배주주 순이익 기준)을 3조7930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4조9020억원) 대비 22.6% 감소한 수치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983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4980억원)과 비교해 34.3% 감소할 전망이다.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174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3880억원)보다 15.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1조1020억원에서 8740억원으로, 우리금융은 9140억원에서 7620억원으로 각각 순이익이 20.7%, 16.6%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홍콩H지수 ELS 관련 은행권 자율배상액은 1조6000억원으로 추정되고 대부분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ESL 상품 판매는 위축되겠으나 내부 시스템 정비를 통한 고객 신뢰 회복으로, 궁극적으로는 자산관리(WM) 영업 프로세스가 선진화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