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지난 국회에 이어 이번 국회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게 됐다.

유통업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간 불공정한 경쟁 구도가 펼쳐지고 있고,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국내 시장 잠식이 매우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된 정치권의 낡은 인식에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사진=연합뉴스)
지난 7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사진=연합뉴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월 현재 공휴일로 지정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를 폐지·완화하고 새벽 배송이 가능토록 제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대형마트업계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라는 이름의 사실상 규제법에 억눌려 신규 출점, 영업시간, 매월 2회의 공휴일 의무휴업 등의 제약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중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폐지 또는 완화하고자 한다. 의무 휴업이 완화되면 소비자 불편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과의 동반 성장이 가능해진다.

실제 대구시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대구시 의무휴업일 분석 결과'에 따르면 기존 공휴일에 진행하던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을 월요일로 전환한 이후 슈퍼마켓, 음식점 등 골목상권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점과 편의점은 각각 25.1%, 23.1% 늘었다. 전통시장 매출 역시 2.4% 늘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와 SSM의 매출도 6.6% 늘었다. 골목상권·전통시장은 상생해야 발전하는 관계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또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면 새벽 배송이 가능해져 온라인 유통업체와의 불공평한 경쟁 구도가 해소된다. 현재 대형마트는 유통법에 따라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영업시간 제한으로 근로자들의 새벽 업무가 금지돼 새벽 배송이 불가능하다.

국내 유통업계의 주도권이 온라인 시장으로 빠르게 넘어가는 중이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31조8298억원(243억8300만달러)과 영업이익 6174억원(4억7300만달러)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매출액 29조4722억원, 영업손실 469억원을 냈다.

여기에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도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기업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알리와 테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각각 887만명, 829만명으로 쿠팡에 이어 2~3위를 기록 중이다. 

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 직구 규모는 6조7600억원이다. 이중 중국 거래액이 3조2873억원이다. 국내 유통 시장에서 알리와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대형마트업계 및 종사자·협력사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규제가 해소돼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회입법조사처에서도 올 초 보고서를 통해 규제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22대 국회에서도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지면서 대형마트 규제 완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야당은 정부가 발표한 대형마트 의무 휴업 규제 폐지 방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은 과거부터 반대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동의하거나 검토해 본 바가 없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뿐만 아니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세 등 현재 유통 시장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에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건 사실"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도모하고 소비자 선택권과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완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기존 집권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았기 때문에 의무 휴업 규제와 관련된 정치권의 기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