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드사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테네시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시점을 1년, 캐나다 온타리오 공장의 대형 전기 SUV 생산 시점을 2년씩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생산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대표 제품인 F-150 트럭도 전기차 모델 생산을 줄이고 하이브리드는 20% 늘리기로 했다. 

 포드뿐만 아니다. 글로벌 차업체들이 일제히 하이브리드 개발과 생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하이브리드가 대세가 된 셈이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하이브리드 차량 '톱5' 순위. 자료=Cox Automotive 월스트리트저널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하이브리드 차량 '톱5' 순위. 자료=Cox Automotive 월스트리트저널

 ◇ 美 1분기 판매량, 하이브리드가 단연 1위...45% 급증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미국 자동차 시장의 올 1분기(1~3월) 화두는 하이브리드였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인텔리전스에 따르면 1분기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5% 늘었는데, 하이브리드차는 45% 급증했다. 

 미국 1위인 GM(제너럴모터스)은 1분기 판매량이 작년보다 1.5% 줄어든 59만대였다. 반면 2위 도요타는 70% 늘어난 약 56만대로 GM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결정적인 차이는 하이브리드였다. 

 GM은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바로 넘어가는 전략을 쓰고 있어 하이브리드가 없는 반면, 도요타는 1분기 하이브리드만 20만6850대를 팔았다.

 1분기 판매가 작년 대비 17% 늘어난 혼다 역시 SUV CR-V와 세단 어코드 등의 절반 이상이 하이브리드였다. BMW와 닛산 등도 하이브리드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왜 하이브리드가 대세인가'라는 분석 기사에서 하이브리드차의 실용성을 분석했다. 전기차는 충전의 불편함, 충전소 부족 등의 이유로 여전히 휘발유 차량 대비 비용이 높다고 지적했다. 반면 하이브리드는 주행 중 또는 브레이크를 밟는 과정에서 자동으로 충전이 되기 때문에 따로 충전해야하는 불편이 없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에 강점을 지닌 도요타 혼다 하이브리드가 지난해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순위 상위를 석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 한국 내수 수출도 하이브리드가 대세

 대기업에 근무하는 이 모씨(29)는 기아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사기 위해 지난 달 말 기아 매장을 방문했다. 판매 직원이 "최소 3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데다 할인율은 없다"는 말을 듣고  발 길을 돌렸다.

 하지만 하이브리드는 연기가 좋은 데다 전기차를 사기에는 불편한 점이 많다고 판단, 다음 날 스포티지 하이브리드를 계약했다.

 선두 주자인 테슬라 추격에 나서던 현대차·기아가 최근 시장 상황에 맞춰 전략을 일부 조정하고 있다. 

 도요타와 더불어 하이브리드 기술을 가장 오래 갈고 닦아온 현대차·기아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원래는 내년부터 100% 전기차만 출시하기로 했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에 하이브리드 모델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전략형 기아 텔루라이드 2세대 모델에도 하이브리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아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자료=기아 연합뉴스
  기아 뉴 쏘렌토 하이브리드. 자료=기아 연합뉴스

 기아도 현재 6종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2026년 8종, 2028년 9종으로 확대, 차례대로 북미·유럽 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수출도 하이브리드가 효자 모델이 됐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분기 하이브리드 수출은 8만423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고 전기차를 앞질렀다. 

 특히 3월에는 하이브리드 수출액이 8억5000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내수에서도 1분기 1~3위인 쏘렌토, 싼타페, 카니발 모두 판매된 신차 중 하이브리드 비율이 50%를 웃돈다. 쏘렌토는 약 74%가 하이브리드다. 

 이런 점을 감안해 현대차는 내년 초 준대형 팰리세이드 풀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을 내놓으면서 하이브리드를 처음으로 추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