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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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올해 들어 세 번째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3.50%로 묶으면서 1년 넘게 동결 기조를 유지했다.

한은 금통위는 12일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연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1월 연 3.25%에서 연 3.50%로 0.25%포인트(p) 인상된 이후 10차례 연속 같은 수준에 머물게 됐다.

한은은 앞서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바 있다. 이를 통해 1.25%까지 내려갔던 기준금리를 3.5%까지 끌어올렸다. 이후 지난해 2월부터는 줄곧 동결 기조로 관망세를 지속 중이다.

이달 기준금리 동결 역시 시장 예상에 부합한 결과다. 이달 금통위를 앞두고 시장에선 10연속 동결 결정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금리를 내리기엔 여전히 목표치인 2% 웃도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강하게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2.8%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갔으나 2월 3.1%로 반등한 뒤 2개월째 3%대를 이어갔다. 사과‧배 등 과일값이 급등세를 지속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역시 좀처럼 물가가 잡히지 않아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차갑게 식고 있는 점도 한은을 고민에 빠트리는 요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인 움직임을 보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경기 상황,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은이 기존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았다.

실제 채권전문가들은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를 현재의 3.50%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보유·운용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8%가 한은이 4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머지 응답자 2%는 1%씩 각각 기준금리 0.25%p 인상과 인하를 예상했다.

앞으로도 당분간 금리 동결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시장에선 적어도 상반기까진 동결을 유지하고 하반기부터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사견임을 강조하면서도 상반기 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다. 물가 상승률이 추세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으나 내려오는 길이 ‘울퉁불퉁’하고 대내외적 변수도 많아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월 전망이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11월 전망과 변화가 없기에 개인적으로 상반기 내 금리 인하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견을 유지한다”면서 “이후는 5월 수정경제전망 때 숫자를 보고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