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에 맞서 2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우크라이나에 낭보가 들어왔다.
영국이 개발 중인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조기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화하면 개전 이후 군과 민간시설 등에 대해 무차별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러시아군 드론을 무력화하는 데 가성비 좋은 대응체계로 나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온다.
◇英국방 "생산 일정 앞당겨 제공 가능...급한데 성능 70%짜리도 괜찮다"
그랜트 샙스 영국 국방장관은 개발 중인 레이저 무기체계 '드래건파이어'(DragonFire)를 우크라이나에 앞당겨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공망이 취약해 러시아군의 드론 파상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생산속도를 앞당겨 공급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애초 영국의 일정대로라면 드래건파이어의 양산 시기는 2032년. 그러다 지난 1월 스코틀랜드에서 공중표적을 대상으로 한 레이저 무기 시험발사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시기가 2027년으로 5년 앞당겨지게 됐다.
샙스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가 100%짜리 완벽한 성능일 필요가 없다"며 "99% 성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신 70%짜리라도 생산해 우크라이나에 먼저 지원하고, 다시 그 상태에서부터 개발을 하면 된다"고 지강조했다. 급한 상황에서 굳이 성능 100%짜리가 아니더라도 70%짜리라도 괜찮다는 얘기다.
샙스 장관은 이와 함께 이 무기가 "전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huge ramificatikns)"이라고 덧붙였다.
◇한발에 1만7000원짜리 '가성비 짱' 드래건파이어... 방공망전력 확충 기대감
영국 국방부는 1월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드래건파이어가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체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성능 등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드래건파이어가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1파운드짜리 동전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정작 가장 강조한 것은 가성비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SM-2 함대공 미사일이 기당 200만달러(26억원)가 넘는 데 비해 드래건파이어 1회 발사 비용은 13달러(1만70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해군이 홍해에 배치한 이지스 구축함 등을 통해 '골칫거리'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항해 선박을 대상으로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데 사용한 SM-2 최신형의 1기당 가격은 210만달러(29억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드래건파이어 같은 첨단무기가 미사일처럼 값비싼 탄약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전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샙스 장관의 주장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러나 드래건파이어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을 보인다.
무엇보다 드래건파이어 등 레이저무기의 성능이 실전에서 입증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운용에 많은 제약이 있는 것도 개선할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은 보이드 콜로라도대 부설 국가안보연구소장은 레이저무기가 비와 안개, 연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과열을 막기 위한 대용량의 냉각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함정이나 항공기에 설치되는 이동형 레이저무기는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며 목표물을 파괴하려면 최대 10초간 목표물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값싼 레이저 무기가 상용화되면 전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지만 시야에 있는 목표물에만 발사할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이 분야에 나름 선구자 격인 미국도 드래건파이어와 같은 레이저무기를 수십년간 시험해고 있으며, 일부 함정에 이를 탑재해 시험과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는 '게임체인저'는 아니더라도 취약한 방공망전력 확충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北은 드론무기 '강대국'... 韓, 세계 최초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 전력화
북한은 드론무기에 관한한 '강대국'이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값비싼 첨단무기체계 확충을 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찍부터 눈을 돌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드론무기체계다.
북한은 상당량의 소형 드론을 운용한다. 몇 년 전 방공망을 비웃듯 영공을 침범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와 닮은 전략무인정찰기(샛별-4형)와 공격형 무인기(샛별-9형)를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도 북한의 드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방공무기체계를 갖췄다. 20㎜ 벌컨, 30㎜ 차륜형 대공포 등이 기본으로 동원되고, 중대형 무인기라면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이나 '천궁'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몇년 전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북한의 소형 드론은 대체로 고도 2∼3㎞ 상공에서 시속 100여㎞로 비행했다. 이런 드론을 1발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신궁이나 천궁으로 대응하는 건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 요격 자체도 쉽지 않아 군사적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더욱이 인구 밀집 지역 상공에서 포착되는 드론에 대해서는 낙탄 위험 때문에 대공무기를 함부로 쏠 수도 없다. 2년 전 서울 상공으로 침투했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드론을 KA-1 경공격기가 추격했으나 민가 밀집 상공이어서 기관포를 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한국은 북한 소형 드론 대응 체계상 허점을 보완하고 선진국들의 레이저 무기 개발 추세에 부응해 2019년부터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가 개발한 지상 고정형 블록-Ⅰ 레이저 대공무기가 하반기 전방부대부터 순차적으로 배치된다.
블록-Ⅰ은 지난해 4월 ADD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시험평가가 진행되어 국방부로부터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시 시험평가에서 레이저를 30회 발사해 3㎞밖에 있는 드론 30대를 모두 맞혀 100%의 명중률을 기록했다.
배치될 레이저 대공무기의 출력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개발 수준 등으로 미뤄 소형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20㎾(킬로와트)급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방부는 연내 배치를 위해 올해 국방예산에 양산 비용 15억원을 증액 편성했다. 2026년 전력화가 완료될 전망이다.
레이저 대공무기의 전력화는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레이저무기 개발 현황을 조사했다"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현재 시험 중인 국가는 있지만, 이를 군에 배치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미국은 레이저무기를 함정에서 시험 운용을 해왔다"면서 "정식 전력화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은 어느 지역에서든 운용이 가능한 차량형 블록-Ⅱ를 현재 개발 중이다.
방사청은 "레이저 대공무기는 개발 과정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적 기술 개발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진화적 개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작년 4월 1단계로 블록-Ⅰ이 성공적으로 개발 완료됐고, 이른 시일 내 성능이 향상된 블록-Ⅱ 사업 역시 추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韓 레이저무기 1회 발사에 2000원...순항미사일 레이저 요격기술도 개발
또 다른 관계자도 한국이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는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꼴로 저렴하고, 전기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운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체계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드래건파이어보다 가성비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레이저무기 기술은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권 수준으로 방사청은 평가했다.
미국은 출력 300㎾급의 레이저무기를 개발한 데 이어 2030년대까지 메가와트(㎿)급 출력의 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도 100㎾급 출력의 레이저무기로 박격포탄 시험 요격에 성공했다.
이들 국가보다 뒤늦게 경쟁 대열에 합류했지만, 먼저 레이저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한국은 북한의 대형드론이나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대출력 레이저 요격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고출력 레이저 기술은 300㎾급 이상의 출력을 목표로 한다. 300㎾급 레이저무기체계는 아음속(음속에 약간 못 미치는 속도) 순항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국 등 선진국도 최근에서야 연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악천후 기상에서는 레이저 빔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장비 가동 때 막대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큰 용량의 냉각 장치도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발사에서 요격까지 대략 10초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