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개발한 레이저무기체계 '드래건파이어'의 사격 장면[영국 국방부 제공]
영국이 개발한 레이저무기체계 '드래건파이어'의 사격 장면[영국 국방부 제공]

기습침공을 감행한 러시아에 맞서 2년 넘게 힘겨운 싸움을 벌여온 우크라이나에 낭보가 들어왔다.

영국이 개발 중인 고출력 레이저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조기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러시아 원유정제시설[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러시아 원유정제시설[AFP=연합뉴스]

이것이 현실화하면 개전 이후 군과 민간시설 등에 대해 무차별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해온 러시아군 드론을 무력화하는 데 가성비 좋은 대응체계로 나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벌써부터 나온다.

英국방 "생산 일정 앞당겨 제공 가능...급한데 성능 70%짜리도 괜찮다"

그랜트 샙스 영국 국방장관은 개발 중인 레이저 무기체계 '드래건파이어'(DragonFire)를 우크라이나에 앞당겨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방공망이 취약해 러시아군의 드론 파상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생산속도를 앞당겨 공급할 의사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자폭용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자폭용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애초 영국의 일정대로라면 드래건파이어의 양산 시기는 2032년. 그러다 지난 1월 스코틀랜드에서 공중표적을 대상으로 한 레이저 무기 시험발사에서 성공을 거두면서 시기가 2027년으로 5년 앞당겨지게 됐다. 

영국의 레이저무기체계 '드래건파이어'[영국 국방부 제공]
영국의 레이저무기체계 '드래건파이어'[영국 국방부 제공]

샙스 장관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가 100%짜리 완벽한 성능일 필요가 없다"며 "99% 성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신 70%짜리라도 생산해 우크라이나에 먼저 지원하고, 다시 그 상태에서부터 개발을 하면 된다"고 지강조했다. 급한 상황에서 굳이 성능 100%짜리가 아니더라도 70%짜리라도 괜찮다는 얘기다.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면[AP=연합뉴스 자료 사진]
패트리엇 미사일 발사 장면[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샙스 장관은 이와 함께 이 무기가 "전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huge ramificatikns)"이라고 덧붙였다.

한발에 1만7000원짜리 '가성비 짱' 드래건파이어... 방공망전력 확충 기대감

영국 국방부는 1월 시험발사 영상을 공개하면서 드래건파이어가 우크라이나의 취약한 방공체계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구체적인 성능 등에 대해서는 비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그러나 드래건파이어가 1㎞ 떨어진 곳에 위치한 1파운드짜리 동전을 맞힐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이란제 자폭드론의 잔해[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 공격에 사용된 이란제 자폭드론의 잔해[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정작 가장 강조한 것은 가성비다.

미 해군이 운용하는 SM-2 함대공 미사일이 기당 200만달러(26억원)가 넘는 데 비해 드래건파이어 1회 발사 비용은 13달러(1만7000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 해군이 홍해에 배치한 이지스 구축함 등을 통해 '골칫거리'인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항해 선박을 대상으로 발사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는 데 사용한 SM-2 최신형의 1기당 가격은 210만달러(29억원)으로 알려졌다.

함정에서 발사되는 SM-2R 함대공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함정에서 발사되는 SM-2R 함대공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에 따라 드래건파이어 같은 첨단무기가 미사일처럼 값비싼 탄약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 전장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게 샙스 장관의 주장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그러나 드래건파이어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데는 이견을 보인다. 

무엇보다 드래건파이어 등 레이저무기의 성능이 실전에서 입증된 적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운용에 많은 제약이 있는 것도 개선할 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미 레이시언이 개발한 레이저 무기 '헬리시오' 개념도[위키미디어 제공]
미 레이시언이 개발한 레이저 무기 '헬리시오' 개념도[위키미디어 제공]

이은 보이드 콜로라도대 부설 국가안보연구소장은 레이저무기가 비와 안개, 연기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과열을 막기 위한 대용량의 냉각장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함정이나 항공기에 설치되는 이동형 레이저무기는 배터리를 충전해야 하며 목표물을 파괴하려면 최대 10초간 목표물을 조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값싼 레이저 무기가 상용화되면 전장에 큰 변화를 몰고 올 수 있지만 시야에 있는 목표물에만 발사할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됐다. 

미군 구축함에 설치된 레이저 무기 시스템(LaWS)[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군 구축함에 설치된 레이저 무기 시스템(LaWS)[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 분야에 나름 선구자 격인 미국도 드래건파이어와 같은 레이저무기를 수십년간 시험해고 있으며, 일부 함정에 이를 탑재해 시험과 평가를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는 '게임체인저'는 아니더라도 취약한 방공망전력 확충에는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北은 드론무기 '강대국'... 韓, 세계 최초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 전력화 

북한은 드론무기에 관한한 '강대국'이다. 최악의 경제난으로 값비싼 첨단무기체계 확충을 할 수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찍부터 눈을 돌린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드론무기체계다.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28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된 합참이 국방위에 제출한 북한 무인기 식별 경로 관련 자료[국회 국방위원회 제공]

북한은 상당량의 소형 드론을 운용한다. 몇 년 전 방공망을 비웃듯 영공을 침범한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최근에는 미국의 RQ-4 글로벌호크와 MQ-9 리퍼와 닮은 전략무인정찰기(샛별-4형)와 공격형 무인기(샛별-9형)를 개발해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드론[조선중앙TV/연합뉴스 캡처]
북한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드론[조선중앙TV/연합뉴스 캡처]

한국도 북한의 드론 공격 가능성에 대비해 다양한 방공무기체계를 갖췄다. 20㎜ 벌컨, 30㎜ 차륜형 대공포 등이 기본으로 동원되고, 중대형 무인기라면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이나 '천궁'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육군이 16일 서해안 안흥사격장에서 '비호복합' 실제사격 훈련 중 30mm 자주대공포(비호)를 사격하고 있다[연합뉴스]
육군이 16일 서해안 안흥사격장에서 '비호복합' 실제사격 훈련 중 30mm 자주대공포(비호)를 사격하고 있다[연합뉴스]

몇년 전 우리 영공을 침범했던 북한의 소형 드론은 대체로 고도 2∼3㎞ 상공에서 시속 100여㎞로 비행했다. 이런 드론을 1발당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신궁이나 천궁으로 대응하는 건 비용적으로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 요격 자체도 쉽지 않아 군사적 측면에서도 부적절하다는 게 중론이다.

2016년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드론[연합뉴스 자료 사진]
2016년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 드론[연합뉴스 자료 사진]

더욱이 인구 밀집 지역 상공에서 포착되는 드론에 대해서는 낙탄 위험 때문에 대공무기를 함부로 쏠 수도 없다. 2년 전 서울 상공으로 침투했다가 북한으로 돌아간 드론을 KA-1 경공격기가 추격했으나 민가 밀집 상공이어서 기관포를 쏘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

흡사한 외형을 지닌 미국의 '리퍼', 이란의 '카만2', 북한의 '샛별-9' 드론[연합뉴스 제공]
흡사한 외형을 지닌 미국의 '리퍼', 이란의 '카만2', 북한의 '샛별-9' 드론[연합뉴스 제공]

이에 한국은 북한 소형 드론 대응 체계상 허점을 보완하고 선진국들의 레이저 무기 개발 추세에 부응해 2019년부터 레이저 대공무기 개발에 뛰어들었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가 개발한 지상 고정형 블록-Ⅰ 레이저 대공무기가 하반기 전방부대부터 순차적으로 배치된다.

레이저 대공무기(블럭-Ⅰ)[한화 제공]
레이저 대공무기(블럭-Ⅰ)[한화 제공]

블록-Ⅰ은 지난해 4월 ADD 충남 태안 안흥시험장에서 시험평가가 진행되어 국방부로부터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당시 시험평가에서 레이저를 30회 발사해 3㎞밖에 있는 드론 30대를 모두 맞혀 100%의 명중률을 기록했다.

배치될 레이저 대공무기의 출력은 자세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개발 수준 등으로 미뤄 소형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20㎾(킬로와트)급으로 추정하고 있다. 

레이저 대공무기[한화 제공]
레이저 대공무기[한화 제공]

국방부는 연내 배치를 위해 올해 국방예산에 양산 비용 15억원을 증액 편성했다. 2026년 전력화가 완료될 전망이다.

레이저 대공무기의 전력화는 우리가 세계에서 처음이라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방사청 관계자는 "미국, 중국, 독일, 이스라엘,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레이저무기 개발 현황을 조사했다"며 "지금까지 조사한 바로는 현재 시험 중인 국가는 있지만, 이를 군에 배치한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미 해군 상륙함 폰스에 설치된 레이저무기[미 해군 제공/연합뉴스]
미 해군 상륙함 폰스에 설치된 레이저무기[미 해군 제공/연합뉴스]

국방부 관계자도 "미국은 레이저무기를 함정에서 시험 운용을 해왔다"면서 "정식 전력화는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군은 어느 지역에서든 운용이 가능한 차량형 블록-Ⅱ를 현재 개발 중이다.

방사청은 "레이저 대공무기는 개발 과정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적 기술 개발 추세를 반영하기 위해 진화적 개발 전략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작년 4월 1단계로 블록-Ⅰ이 성공적으로 개발 완료됐고, 이른 시일 내 성능이 향상된 블록-Ⅱ 사업 역시 추진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韓 레이저무기 1회 발사에 2000원...순항미사일 레이저 요격기술도 개발

또 다른 관계자도 한국이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는 1회 발사 비용이 2000원꼴로 저렴하고, 전기만 있으면 어디서든지 운용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무기체계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드론 잡는 레이저무기 개념도[한화 제공]
드론 잡는 레이저무기 개념도[한화 제공]

이는 드래건파이어보다 가성비 면에서 훨씬 뛰어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의 레이저무기 기술은 미국, 러시아, 이스라엘, 중국 등에 이어 세계 7위권 수준으로 방사청은 평가했다.

미국은 출력 300㎾급의 레이저무기를 개발한 데 이어 2030년대까지 메가와트(㎿)급 출력의 무기를 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도 100㎾급 출력의 레이저무기로 박격포탄 시험 요격에 성공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연합뉴스 자료 사진]
북한 미사일 발사[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들 국가보다 뒤늦게 경쟁 대열에 합류했지만, 먼저 레이저무기를 실전 배치하는 한국은 북한의 대형드론이나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대출력 레이저 요격 기술 개발도 시작했다.

고출력 레이저 기술은 300㎾급 이상의 출력을 목표로 한다. 300㎾급 레이저무기체계는 아음속(음속에 약간 못 미치는 속도) 순항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으로, 미국 등 선진국도 최근에서야 연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악천후 기상에서는 레이저 빔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장비 가동 때 막대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큰 용량의 냉각 장치도 있어야 하는 단점이 있다. 발사에서 요격까지 대략 10초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