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미사일 발사 장면[BBC/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란의 미사일 발사 장면[BBC/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란이 13일(현지시간) 심야를 틈타 이스라엘에 대해 순항미사일과 드론을 동원한 공격을 가했다.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작 책임자 등 7명의 고위장성을 살해한 이스라엘에 대해 보복을 공언해온 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이란의 순항미사일[IRNA 제공]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이란의 순항미사일[IRNA 제공]

실제로 이날 공습은 영사관 타격 이후 12일 만에 이뤄졌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아이언돔 등 자국 방공체계로 공습을 심각한 피해없이 방어한 뒤 재보복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로 인해 중동 상황이 확전의 중대 기로에 놓인 가운데 보복의 악순환을 통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대되면 세계 안보와 경제에 미칠 여파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격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래 사실상 처음이다.

이란 공습 방어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EPA=연합뉴스]
이란 공습 방어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은 재보복 입장을 일찌감치 천명했으나 맹방인 미국 등이 만류하고 있어 향배가 주목된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부속 영사관 건물[로이터 캡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부속 영사관 건물[로이터 캡처]

이날 공격의 주최는 IRGC로, 본격적인 공격에 앞서 이스라엘의 방공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선제 조치라고 WSJ는 설명했다.

이란이 혁명 45주년 기념행사에 선보인 자국산 '샤헤드-136'드론[게티이미지 제공]
이란이 혁명 45주년 기념행사에 선보인 자국산 '샤헤드-136'드론[게티이미지 제공]

IRGC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날 공격을 전격 단행한 데 대해 "불법적이고 범죄적인 정권에 대한 처벌을 위한 '진실의 약속'(True Promise) 작전"이라고 주장했다.

IRGC는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공격과 이란군 지휘관 사망 등 사악한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의 수많은 범죄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연합뉴스가 러시아 스푸트니크ㆍ이란 국영 IRNA 통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란군이 실전배치한 드론 '가자'[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이란군이 실전배치한 드론 '가자'[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이어 진실의 약속 작전으로 수십개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이스라엘) 점령지 내부의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100여기의 드론이 이란에서 발사됐다고 밝힌 가운데, 미 언론은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400∼500개의 드론이 발사됐다고 전했다.

드론 대부분은 이란에서 발사됐지만 일부는 이라크, 시리아, 남부 레바논, 예멘에서도 발사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이란이 이끄는 이슬람권 '저항의 축' 무장세력도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했다.

레바논의 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War on the Rocks 캡처]
레바논의 親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War on the Rocks 캡처]

이스라엘 접경 레바논 남부가 근거지인 헤즈볼라는 이란 공습에 맞춰 골란고원에 배치된 이스라엘 방공 진지에 수십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예멘 반군 후티도 이스라엘 방향으로 드론을 여러대 발사했다고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가 전했다.

예멘 반군 후티가 제작한 드론과 미사일 모형이 10일(현지시간) 사나의 한 광장에 전시돼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31일 후티 고속단정 3척을 침몰시킨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홍해에서 미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EPA=연합뉴스]
예멘 반군 후티가 제작한 드론과 미사일 모형이 10일(현지시간) 사나의 한 광장에 전시돼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31일 후티 고속단정 3척을 침몰시킨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홍해에서 미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EPA=연합뉴스]

또다른 소식통은 "이란의 첫 번째 탄도미사일이 이스라엘 영토 깊은 곳의 목표물을 향해 발사됐다"고 언급했다고 IRNA 통신은 덧붙였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폭탄을 실은 드론 100기 이상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자폭용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러시아군의 이란제 자폭용 드론[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미국 NBC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이란이 드론 400∼500여기를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이번 보복은 이슬람 율법의 키사스 원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장거리 순항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란의 장거리 순항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AP 통신과 알자지라 방송은 1979년 혁명으로 이란에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선 이후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 공격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짚었다.

모하마드 레자 가라에시 아시타니 이란 국방장관은 "이란 공격을 위해 이스라엘에 영토나 영공을 개방할 수 있는 나라라면 우리의 단호한 대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 방송이 전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는 시위대[AFP=연합뉴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는 시위대[AFP=연합뉴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밤부터 14일 오전까지 이스라엘을 겨냥해 미사일과 드론(무인기)을 20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란이 자국 영토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지대지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며 "그 미사일의 대다수는 우리 방공체계에 의해 이스라엘 국경 밖에서 요격됐다"고 설명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 공군기가 국경 밖에서 요격한 순항미사일 10기, 역시 국경 밖에서 요격된 드론 수십대 등을 모두 포함할 때 이란에서 발사된 물체의 수는 총 20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85대, 순항미사일이 36기, 지대지 미사일이 110기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AFP=연합뉴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AFP=연합뉴스]

하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피해가 경미하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간의 미사일은 영토에 떨어졌다"며 "현시점에서 소녀 1명이 다친 것, 남부에 있는 이스라엘 군기지가 타격당해 가벼운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매체 'Ynet'는 자국군이 이란의 드론, 미사일을 99% 요격했다는 이스라엘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요격미사일[EPA=연합뉴스]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요격미사일[EPA=연합뉴스]

오피르 겐델만 이스라엘 총리실 대변인은 이란의 탄도미사일이 예루살렘 성지들을 겨냥했으나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겐델만 대변인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이스라엘의 아이언돔(방공체계) 포대가 이들 미사일을 요격해 성전산과 알아크사 사원을 이란으로부터 구했다"고 썼다.

앞서 외신은 이스라엘 전역에 사이렌과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NBC, ABC 등 미 언론은 이란이 후폭풍을 고려해 표적에서 중동 내 미군시설과 민간인을 빼고 이스라엘 군시설에 집중하는 등 수위를 미세조정한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전 자국민에게 내린 대피 명령을 해제했다. TOI는  "이란의 공격이 일단락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북부 지역으로 날아온 이란의 미사일[WSJ 캡처]
이스라엘 북부 지역으로 날아온 이란의 미사일[WSJ 캡처]

베냐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시내각 회의를 긴급 소집해 대응에 나섰다고 총리실이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격을 묵과할 수 없다며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영상 캡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영상 캡처]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는 뚜렷한 원칙을 결정했다"며 "우리는 우리를 해치는 자들을 누구든 해칠 것"이라고 재보복 방침을 밝혔다.

이스라엘의 한 당국자는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안보내각이 전쟁내각에 이번 사태 대응을 결정하도록 승인했다고 밝혔다.

전쟁내각은 매파인 네타냐후 총리, 요아브 갈란드 국방부 장관,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이자 온건파인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 3인으로 구성된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이스라엘 매체 Ynet에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이란의 첫 공격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호한 대응이 곧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공격 직후 재보복 논의하는 이스라엘 내각[AFP=연합뉴스]
이란의 공격 직후 재보복 논의하는 이스라엘 내각[AFP=연합뉴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전쟁·안보 내각 회의가 끝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했다.

미국 악시오스는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의 어떠한 반격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백악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 시민을 사망케 한 공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로이터통신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 시민을 사망케 한 공격에 대해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사진=로이터통신

이란에 대한 재보복 여부나 수위는 미국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동맹, 우방들과의 의견 조율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NBC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중동 전쟁에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NYT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동맹들과의 조율을 거쳐 이뤄질 것이라는 이스라엘 당국자의 발언을 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오후(한국시간 15일 오전) 긴급회의를 열어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을 논의하기로 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논 로켓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체계[게티이미지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논 로켓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체계[게티이미지 제공]

WSJ는 미 행정부 당국자의 말을 빌려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철통방어'(iron-clad defense) 약속을 지킬 것임을 분명히했다고 전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헬기로 업무에 긴급복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WSJ 캡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헬기로 업무에 긴급복귀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WSJ 캡처]

바이든 대통령는 이날 공격 개시 사실을 통보받자마자 백악관으로 긴급 복귀한 후 국가안보팀을 긴급소집해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백악관 제공]
백악관에서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백악관 제공]

한편 요르단 등 주변국가들도 공격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영공을 폐지하고 비상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앞서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과 연관된 것으로 의심되는 포르투갈 선벅 컨테이너선을 나포했다.

이란군이 1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선적 컨테이너선 MSC 에리즈를 나포하는 모습[IRNA 제공]
이란군이 1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선적 컨테이너선 MSC 에리즈를 나포하는 모습[IRNA 제공]

한편 이스라엘이 이란에 수위 높은 재보복을 가하고 이란이 이를 다시 응징한다면 글로벌 안보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외신이 전했다.

보복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최악 시나리오는 중동전쟁 확대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등 중동 내 친이란 무장세력이 전면전에 총동원될 우려가 있다.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있다. 자료=이스라엘군 연합뉴스
 이스라엘 군인들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고 있다. 자료=이스라엘군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은 6개월을 넘어 장기화하면서 중동의 긴장수위를 일촉즉발로 높여놓았다.

그 때문에 이번 사태를 두고 50년 만에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위험이 커졌다는 진단이 뒤따르고 있다.

글로벌 안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등 두 개의 전쟁으로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상태다.

동북부 크레미나 전선 부근에서 참호로 뛰어드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WSJ 캡처]
동북부 크레미나 전선 부근에서 참호로 뛰어드는 우크라이나군 병사들[WSJ 캡처]

중동정세는 국제유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변수인 만큼 확전 우려는 글로벌 경제에 중대 리스크다.

유가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영향을 줘 글로벌 경기에 된서리를 내릴 수 있다.

특히 지구촌의 우려는 이란이 통제를 시도할 수 있는 '원유의 동맥' 호르무즈 해협에 집중된다.

  홍해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도 이란이 미국의 선박을 나포함으로써 중동지역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자료=AP통신
  홍해에 이어 호르무즈 해협도 이란이 미국의 선박을 나포함으로써 중동지역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자료=AP통신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이란·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산유국의 수출로다.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침몰하는 화물선 루비마르호[AFP/게티이미지 제공]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침몰하는 화물선 루비마르호[AFP/게티이미지 제공]

<원문 참고: https://www.wsj.com/livecoverage/israel-iran-strikes-live-coverage

https://www.timesofisrael.com/liveblog-april-14-2024/

https://www.bloomberg.com/news/live-blog/2024-04-13/iran-attack-on-israel?srnd=homepage-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