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현지시간) 중국·러시아 국방장관 회담에서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온라인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모습[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1월 31일(현지시간) 중국·러시아 국방장관 회담에서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온라인 영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모습[타스=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국인 베트남과 양국 해군 간 핫라인 설치에 합의했다.

연합뉴스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13일자)를 인용,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11일 베트남 북부의 중국 접경 지역에서 판 반 장 베트남 국방장관과 만나 남중국해 담당인 중국 인민해방군 남부전구와 베트남 해군 간 핫라인을 설치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중국과 베트남은 양국 해군 수장들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둘러싼 위험성을 관리하는 체제 구축에 뜻을 모은 지 약 3년 만에 핫라인 개설에 합의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양국 군 간 우의 교류 행사의 일환이다.

둥 국방부장은 지난해 12월 리상푸 전 국방부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이후 이번에 처음 해외를 방문했다.

남중국해상에서 대치중인 베트남(오른쪽)과 중국(왼쪽) 해안경비정[로이터=연합뉴스]
남중국해상에서 대치중인 베트남(오른쪽)과 중국(왼쪽) 해안경비정[로이터=연합뉴스]

해군 사령관 출신인 둥 국방부장은 "중국은 베트남과 기꺼이 손잡고 서로의 핵심 이해관계와 주요 관심사에 대해 확고히 지지하고 양국 군 간의 전략적 상호 신뢰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장 국방장관은 중국이 "항상 베트남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 중 하나였다"면서 이번 같은 교류가 양국 군 간의 정치적 신뢰와 이해 함양에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양국 군은 또 양국 사이에 위치하고 남중국해에 인접한 통킹만에서의 합동 순찰 등 교류와 협력 체제를 강화하기로 다짐했다.

장 국방장관은 둥 국방부장을 올해 말 열리는 베트남 인민군 창설 80주년 기념행사와 베트남 국제 방위산업 엑스포에도 초대했다.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이 운용하는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 해안경비대 선박이 지난해 12월 10일(현지시간)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해군이 운용하는 보급선에 물대포를 발사하고 있다[필리핀 해안경비대 제공/연합뉴스 자료 사진]

중국은 최근 필리핀과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필리핀명 아융인) 등을 둘러싸고 여러 차례 충돌을 빚고 있다.

이에 1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에서 정상회의를 열어 남중국해 등지에서 합동 군사훈련 등 3국 방위 협력을 진전시키기로 하자 중국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합의도 베트남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확산 가능성을 차단하고 필리핀 압박에 주력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발언하는 바이든[로이터=연합뉴스]
미-일-필리핀 3국 정상회의에 앞서 발언하는 바이든[로이터=연합뉴스]

중국 상하이외국어대학의 베트남 전문가인 차오펑 부교수는 양국이 "'미래를 공유하는 공동체' 건설에 합의함에 따라 남중국해 문제가 전반적인 양국 관계를 훼손하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과 베트남이 이 사안에서 잘 협력한다면 필리핀이 막 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트남은 1월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베트남 국빈 방문을 계기로 필리핀과도 남중국해 사고 예방·해양경비대 협력 MOU를 체결했다. 역내 민감한 이슈를 둘러싸고 중국과 필리핀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모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