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AFP=연합뉴스]
이스라엘 전시 내각 회의[AFP=연합뉴스]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이란의 공격 이후 자칫 5차 중동전쟁으로 치닫을뻔 한 최악의 상황이 다소나마 '해소'되게 됐다.

강력한 대응을 공언해오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철회하는 쪽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이란도 튀르키예를 통해 확전 의사가 없음을 밝히면서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됐다는 분석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전시 각료 다수가 보복에는 찬성하지만 시기와 방식 등 구체적인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바람에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란군이 실전배치한 드론 '가자'[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이란군이 실전배치한 드론 '가자'[이란 혁명수비대 제공]

뉴욕타임스(NYT), CNN 방송 등 외신과 연합뉴스는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14일 회의를 열어 보복 공격에 나서는 방안을 포함해 이란의 공격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미국과 이스라엘 정상 간 통화 후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미사일 발사 장면[BBC/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란의 미사일 발사 장면[BBC/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을 성공적으로 막아내 이란의 공격이 상대적으로 경미한 피해를 줬다는 점도 보복 공격 안건을 취소한 이유 중 하나라고 NYT가 사안에 정통한 이스라엘 당국자들의 말을 빌려 전했다.

전날 이란의 공습 직후 전시 내각 일부 구성원은 이란을 상대로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북부 지역으로 날아온 이란의 미사일[WSJ 캡처]
이스라엘 북부 지역으로 날아온 이란의 미사일[WSJ 캡처]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통화 후 보복 공격 안건을 철회한 것에 비춰볼 때 바이든 대통령은 확전을 막기 위해 반격을 자제하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추정된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 CNN 방송도 미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양국 정상 간 통화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이스라엘의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과 미국, 역내 다른 국가들의 공동 방어 노력 덕분에 이란의 공격이 실패했다고 하면서 "당신은 이기지 않았느냐. 승리를 가져가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은 이란을 겨냥한 어떤 공세 작전에도 참여하지 않고 지원도 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네타냐후 총리는 이해했다고 말했다고 고위당국자는 전했다.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CNN도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현재 미국은 이란의 공격이 대부분 실패했고, 이스라엘이 우월한 군사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이스라엘이 오늘 밤을 승리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먼저 폭격했고, 이에 이란이 보복에 나섰으나 실제 별 피해를 주지 못했으니 이스라엘이 여기서 만족하고 반격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부속 영사관 건물[로이터 캡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부속 영사관 건물[로이터 캡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국가안보소통보좌관도 14일 NBC 방송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으며 중동에서 긴장 고조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 후 낸 성명에서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난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이 전례가 없는 공격을 방어하고 격퇴할 놀라운 역량을 입증해 이스라엘의 적들에게 그들이 이스라엘의 안보를 실질적으로 위협하지 못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WSJ 캡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WSJ 캡처]

한편 이란도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지 않는 한 추가 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인접국 튀르키예를 통해 시사했다.

튀르키예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이번 공습과 관련해 통화했다고 전하며 "아미르압돌라히안 장관이 피단 장관에게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작전은 종료됐고 이란이 공격받지 않는 한 새로운 군사작전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말했다.

이날 앞서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도 "우리는 이번 작전을 처벌의 수위까지만 수행하고자 했다"며 확전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1979년 이란 혁명을 기념하는 시위에 참가한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가운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1979년 이란 혁명을 기념하는 시위에 참가한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가운데)[AP=연합뉴스 자료 사진]

NYT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데 따른 보복으로 이란은 전날 드론 185대, 순항미사일 36기, 지대지 미사일이 110기를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이 같은 공격에도 거의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은 전날 TV 브리핑을 통해 "이란이 발사한 여러 유형의 발사체 300여기 중 99%를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논 로켓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체계[게티이미지 제공]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논 로켓을 요격하는 이스라엘 방공체계[게티이미지 제공]

한편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전시 각료 다수가 이란의 공습에 대한 보복에 찬성하고 있으나 방침이 확정되지는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이날 오후 전시내각을 구성하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 등을 포함해 각료 5인이 만나 수시간에 걸쳐 이란의 폭격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요격미사일[EPA=연합뉴스]
표적을 향해 발사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요격미사일[EPA=연합뉴스]

회동에서는 상당수의 각료가 보복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대응의 시기와 강도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추후 전시내각 회의를 다시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