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공습 방어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EPA=연합뉴스]
이란 공습 방어하는 이스라엘 아이언돔[EPA=연합뉴스]

"날아오는 300여기의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99%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언돔 포대가 이들 미사일을 요격해 성전산과 알아크사 사원을 이란으로부터 구했다."

이란이 13일(현지시간) '보복응징' 차원으로 이스라엘 본토에 발사한 '샤드-136' 드론과 탄도미사일 등 300여기를 이스라엘 방공망이 거의 모두 요격하는 데 성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나오는 반응들이다.

이란이 혁명 45주년 기념행사에 선보인 자국산 '샤헤드-136'드론[게티이미지 제공]
이란이 혁명 45주년 기념행사에 선보인 자국산 '샤헤드-136'드론[게티이미지 제공]

◇ '아이언 돔'에서부터 '애로우'까지...그물처럼 촘촘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망

이번 사태와 관련해 다시 한번 주목을 받는 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방공망이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기습공격을 하면서 동원한 로켓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해 국제사회에서 온갖 조롱과 수모를 당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확대 속 하마스가 로켓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일제사격하는 모습[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확대 속 하마스가 로켓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일제사격하는 모습[AFP=연합뉴스]

당시 하마스는 단시간에 수천 발의 로켓을 발사하면서 이에 특화된 대응 무기체계인 '아이언 돔'(Iron Dome)에 과부화가 걸려 제대로 요격하지 못하는 바람에 피해가 속출하자 국내외에서 날카로운 비판이 쏟아졌다.

심지어 '값비싼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연히 개발국이자 운용국인 이스라엘과 '돈줄'인 미국으로서는 낭패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인들의 시신을 담은 포대들[AFP 제공]
팔레스타인 무장조직 하마스의 기습공격에 목숨을 잃은 이스라엘인들의 시신을 담은 포대들[AFP 제공]

그러다 이번 사태 초기 이란이 발사한 300여개의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99%나 요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실추된 명예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게 된 셈이다.

사방이 적으로부터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그물처럼 촘촘한 방공체계를 운영 중이다. 로켓과 드론에서부터 탄도ㆍ순항미사일과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까지 요격할 수 있는 다층 방공체계를 갖췄다.

아이언 돔, 단거리ㆍ저고도용으로 분당 최대 1200개 표적 처리

이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아이언 돔이다. 이스라엘 영토 전체를 둥근 지붕 형태의 방공망으로 둘러싸는 미사일 체계를 의미한다.

로켓 요격을 위해 발사되는 이스라엘의 단거리. 저고도 방공미사일 '아이언 돔'[EPA=연합뉴스]
로켓 요격을 위해 발사되는 이스라엘의 단거리. 저고도 방공미사일 '아이언 돔'[EPA=연합뉴스]

지난 2011년 선을 보인 아이언돔은 4∼70㎞ 거리 내의 단거리 미사일, 로켓, 드론 등에 대한 방어 무기로 분당 최대 1200개의 표적을 탐지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했다.

아이언 돔은 최대 탐지 거리가 150㎞인 ELM-2084, 타미르 미사일, 발사대(최대 적재량 20발), 전투 관리통제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적의 로켓을 요격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EPA=연합뉴스]
적의 로켓을 요격하는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EPA=연합뉴스]

특히 중량 90㎏의 타미르 미사일은 탐지에서부터 격추까지 15∼25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지난 2014년 여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투에서 4000여 발의 로켓과 박격포탄 90%를 요격하는 탁월한 성능을 입증했다.

아이언 돔은 해상 요격 능력도 증명했다. 이스라엘 해군은 지난 2017년 11월 말 1200t급 호위함을 통한 아이언돔 실사격 훈련에서 접근하는 다수의 표적을 성공적으로 격파, 해상에서의 요격 능력을 과시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포탄(오른쪽)과 이를 요격하기 위해 방공망 아이언돔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오른쪽)의 궤적[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날아온 로켓포탄(오른쪽)과 이를 요격하기 위해 방공망 아이언돔에서 발사된 요격 미사일(오른쪽)의 궤적[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도 본토에 아이언 돔 포대를 설치했다. 이를 위해 아이언 돔 제작사인 라파엘은 미 방산업체 레이시언과 함께 미사일(타미르) 등 아이언 돔의 미국 내 생산을 위해 합작사 설립을 발표했다. 그러나 한발 당 가격이 1억 원이 넘는 것이 단점이다. 

중거리 요격체계 '다윗의 돌팔매'... 장거리 요격에는 '애로우2'와 '애로우 3'

이스라엘은 지난 2017년 4월 중거리 요격미사일 체계인 '다윗의 물매'(David's Sling) 포대를 실전 배치했다.

사거리 40∼300㎞의 이 미사일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시리아군 등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이스라엘이 실전배치한 중거리 요격미사일 '다윗의 돌팔매'[UPI=연합뉴스]
이스라엘이 실전배치한 중거리 요격미사일 '다윗의 돌팔매'[UPI=연합뉴스]

이스라엘과 미국의 미사일방어청 협력 사업의 하나로 2006년부터 14억달러를 투입해 라파엘과 레이시언(미국 방산업체)가 공동개발한 이 미사일 체계가 실전 배치됨에 중거리 요격체계가 훨씬 튼튼해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처럼 이란 등 1000km 이상의 중거리에서 날아오는 드론과 미사일 대응체계는 '애로우 2(Arrow 2)'가 담당한다. 이스라엘이 애로우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1991년 걸프전 당시 이라크가 쏜 스커드 미사일 공격이었다.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미사일로는 요격에 제약이 많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스커드 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스커드 미사일[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에 이스라엘은 150kg 대형 탄두와 근접신관을 사용, 표적에서 다소 빗나가더라도 무력화활 수 있도록 한 애로우 2를 개발해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배치하기 시작했다. 마하 9의 속도인 애로우 2는 90~148km 사거리에 최대 요격 고도 50~60km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동 열추적과 능동 레이더 2개의 유도 장치를 혼용한다.

이후 이스라엘은 애로우 2 개량작업에 나섰다. 애로우 2로는 고도  50~100㎞인 대기권을 통과하는 탄도미사일과 항공기 등을 요격하는 데 그치기 때문이다. 고도 100km 이상인 대기권 밖에서까지 날가가 적의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개량형 '애로우 3' 개발에 나섰다. 

이스라엘의 '애로우 3' 요격미사일[EPA=연합뉴스]
이스라엘의 '애로우 3' 요격미사일[EPA=연합뉴스]

애로우 3 개발에 나선 것은 이스라엘 방산업체 IAI와 미 보잉사다. 지난 2015년 12월 첫 시험 발사에 성공한 애로우 3 미사일은 애로우 2보다는 무게가 절반밖에 되지 않지만, X-밴드 레이더로 600마일(965.6㎞) 거리에서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탐지해 무력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당 가격은 220만달러로 비싼 편이다.

'이스라엘판 사드'(THAADㆍ고고도방어체계)로도 불리는 애로우 3는 지난해 11월 예멘의 무장반군 세력 후티가 쏜 탄도미사일을 요격해 성능을 과시했다. 

예멘 반군 후티가 제작한 드론과 미사일 모형이 10일(현지시간) 사나의 한 광장에 전시돼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31일 후티 고속단정 3척을 침몰시킨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홍해에서 미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EPA=연합뉴스]
예멘 반군 후티가 제작한 드론과 미사일 모형이 10일(현지시간) 사나의 한 광장에 전시돼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달 31일 후티 고속단정 3척을 침몰시킨 미국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이날 홍해에서 미국 선박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EPA=연합뉴스]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춤에 따라 이스라엘의 생존을 공격하거나 위협하려는 세력은 누구든지 똑같은 상황에 부닥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영상 캡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이스라엘 총리실 제공 영상 캡처]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공언이 이번엔 제대로 입증된 셈이다.

미국은 지난 10년 동안 이스라엘의 요격미사일 개발 지원에 3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스라엘군 재정고문을 지낸 람 아미나흐 예비역 준장은 이스라엘 언론 매체 와이넷 인터뷰에서 자국군 방공체계와 관련, "하룻밤에만 40억∼50억 셰켈(1조4694억∼1조8368억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레바논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 중인 이스라엘군 아이언돔 방공망[로이터=연합뉴스]
레바논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 중인 이스라엘군 아이언돔 방공망[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아이언 돔과 애로우를 쏠 때마다 350만달러(48억5000만원), 중거리 발사체용 매직완드의 경우 100만달러(13억9000만원) 등이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23년 이스라엘군에 배정된 예산 규모가 600억셰켈(22조410억원) 정도라고 언급하며 "방어에 얼마가 필요한지를 파악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대규모 공습에 대응하는 방공망 운영에만 하룻밤 사이 국방예산의 약 10분의 1을 써버릴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