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EPA=연합뉴스 자료 사진]

"국제사회의 비판 수위를 최대한 낮추고, 5차 중동전쟁으로 치닫을 수 있는 전면전 대신 '고통스러운 결과'(painful consequences)를 찾자."

이란 혁명(1979년)이후 45년 만에 본토에 대한 이란의 첫 공격(13일)을 받은 이스라엘이 어떤 응징카드를 선택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이란의 순항미사일[IRNA 제공]
이스라엘을 향해 발사되는 이란의 순항미사일[IRNA 제공]

이번 사태는 이스라엘이 먼저 촉발시켰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에 공습을 가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소속 지역 공작총책 등 7명의 장성 등 13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후 이란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제한적인 응징'을 공언하면서도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부속 영사관 건물[로이터 캡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시리아 주재 이란 대사관 부속 영사관 건물[로이터 캡처]

이런 기조에 따라 이란은 13일 심야에 300여기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이에 이스라엘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전시내각을 통해 응징보복을 재확인하면서도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 '고수' 모사드 등 통해 비밀공작 가능성 커...핵시설 무력화, 사이버공격도 고려

이스라엘의 응징 방향은 대충 정해진 모양새다. 국제사회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공격을 퍼부은 이란에 '강경 메시지'를 보내고 전면전을 피하는 방안이 유력시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란의 공격 직후 재보복 논의하는 이스라엘 내각[AFP=연합뉴스]
이란의 공격 직후 재보복 논의하는 이스라엘 내각[AFP=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가디언, 채널12 방송 등 외신은 이스라엘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이란에 대한 공개 공격에서부터 배후를 감춘 채 이란 안팎의 이익시설을 공격하는 방법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이 가디언의 관측이다. 가디언은 대외정보부(모사드), 군 정보부(아만) 등 일부 안보기관 내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이번 사건을 이란 핵시설을 추적할 기회로 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란의 핵무장을 가져올 수 있어 '눈엣가시'나 마찬가지인 핵시설을 추적해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무력화 시도를 좀 더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 대목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 모습[연합뉴스 자료 사진]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 모습[연합뉴스 자료 사진]

모사드 요원들과 협력사인 샤이렛마트칼, 제13전대 등 특수부대원 등을 동원한 비밀공작(covert operation)을 통해 시리아 등 제3국에 있는 이란의 자산과 드론 제조 공장 등을 무력화하는 이른바 '그림자 전쟁'(shadow war)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스라엘 해군 특전단 '제13전대' 요원들의 훈련 모습[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이스라엘 해군 특전단 '제13전대' 요원들의 훈련 모습[위키미디어커먼스 제공]

비밀공작을 포함한 이런 유형의 특징은 철저히 배후를 감춘다는 점이다. 설사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더라도 이를 기획해 수행한 국가로서는 공작 속성상 강력 부인한다. 이에 따라 이란도 이런 공격에 이스라엘을 직접 비난하기 용이하지 않은 데다 자칫 스스로의 약점을 시인하는 꼴이어서 '벙어리 냉가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가운데)[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다비드 바르니아 이스라엘 모사드 국장(가운데)[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모사드는 비밀공작에 관한한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이란의 핵 관련시설 파괴와 관련 과학자 암살 등은 모사드의 '작품'이라는 게 정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를 철저히 부인하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이를 우려한듯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걸프전 선례처럼 대승적 차원서 '숨 고르기'도 관측

또 하나의 선택지는 보다 장기적이고 전략적 차원에서 숨 고르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NYT는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 선례를 지적했다. 당시 걸프전을 일으킨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이 전쟁에 직접 끌여들이고, 아랍권의 분열과 함께 전쟁의 정당성을 만들기 위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 스커드 지대지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했다.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미사일에 피격된 이스라엘의 피해가 의외로 만만찮았다. 후세인은 이스라엘이 보복을 명분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다국적군에 참가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허사였다. 당시 강경파인 이츠하크 샤미르 총리는 미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자제력을 발휘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역내 평화조약을 강화하고 국제 동맹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뉴욕시립대 우디 소머 정치학 교수는 WP에 "이스라엘은 어떠한 군사 공격보다 훨씬 더 큰 국제적 이익을 얻었다"며 "오늘날에도 같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아이언 돔[신화=연합뉴스]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는 아이언 돔[신화=연합뉴스]

실제로 이번 공격에 따른 피해는 미미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국내여론을 의식, 의도적으로 요격이 쉬운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동맹국들의 도움으로 99%의 요격률을 발휘했다. NYT는 이스라엘이 동맹국들과 함께 이란 공격 대부분을 막아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대응 방법과 시기에 있어 시간을 벌었다고 지적했다.

야코프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안보보좌관은 이스라엘이 이번 일로 이란을 공격할 명백한 정당성을 얻은 반면 이란의 공격은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자 전쟁 종식과 레바논에서의 헤즈볼라 대응 준비 등 본래의 할 일을 하자고 주장했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확대 속 하마스가 로켓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일제사격하는 모습[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지상작전 확대 속 하마스가 로켓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일제사격하는 모습[AFP=연합뉴스]

소머 교수 역시 "지금은 어려운 시기이지만 엄청난 기회"라며 "때로 인생에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는 데 이스라엘은 방금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美 압박도 고민거리... 바이든 "어떤 반격에도 반대"

이스라엘의 '평생 우군'인 미국의 압박도 숨고르기 전략 카드를 고려하게 된 또 하나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가장 충실히 이스라엘의 입장을 대변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전쟁의 장기화로 민간인 피해가 커지고 충돌이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휴전을 압박하며 상황 관리에 안간힘을 써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란 공격에 대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로이터 제공]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이란 공격에 대비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로이터 제공]

이런 와중에 이란 영사관 공습과 이에 맞선 이란의 보복 공격으로 제5차 중동전 발발 가능성까지 제기되자 미국은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3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어떤 반격도 반대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오늘 밤을 승리로 여겨야 한다" 등을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도 주변국 누구도 확전을 원치 않으며 이스라엘이 반격에 신중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고 있다. 

텔아비브에서 열린 네타냐후 총리 반대 집회[로이터=연합뉴스]
텔아비브에서 열린 네타냐후 총리 반대 집회[로이터=연합뉴스]

한편 가자 전쟁 과정에서 발생한 인질 석방 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최악인 네타냐후 총리는 군에 대(對)이란 표적 리스트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이스라엘이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