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금리 방향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

국내 금리 인하 시점이 안갯속이다. 최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여파 등으로 국제유가가 들썩일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고조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부추겨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부추길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이와 맞물려 최근 사이 원달러 환율이 1400선까지 오르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통화당국의 고민을 늘리고 있다. 

이에 금리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대한 힌트가 나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아니다"라고 단호한 어조로 일각의 조기 금리 인하론에 선을 그은 것. 현재로선 금리를 내릴 신호나, 명분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중동발 경제 리스크가 고조될 경우 국제유가를 비롯 채권, 외환, 주식 시장 등은 물론 국내외 성장과 물가 등 실물경제로 파장이 전방위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총재가 지난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언급한 "지금은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깜빡이를 켤지 말지를 판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늬앙스가 크게 느껴진다. 그만큼 글로벌 경제 리스크 고조로 인한 한은의 고민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 총재의 스탠스 변화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한 포럼 행사에서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의 확신에 이르기까지 예상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보며, 금리인하 스케줄에서 한 걸음 물러난 배경과도 궤를 같이 한다.

이 총재나 파월 의장이나 금리인하를 위한 필요충분 조건으로 2%의 물가 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맥락으로 정부도 '2% 물가' 목표치 달성을 통한 물가안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최근 중동 변수로 목표 조기 달성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4분 현재,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385.30원에 거래 중이다. 이는 전날 대비 8.20원(-0.59%) 빠진 것이지만, 하루 전까지만 해도 장중 한때 1400원선을 돌파하며 들썩였다. 1400원선은 1년 5개월 만이다. 강달러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도 최근 환율 변동성이 너무 큰 만큼, 지속 될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것임을 피력했다. 강달러는 수입물가 및 생산자물가를 자극해, 결국 국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 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으로 특별한 시그널이 없는 한 한은의 금리인하 타이밍을 당초 예상과 달리 올 하반기 말, 혹은 그 이후로 지연시킬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