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 119구급차들이 전달되고 있는 모습. (제공: 그린닥터스재단)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 119구급차들이 전달되고 있는 모습. (제공: 그린닥터스재단)

내구연한이 지나 일선에서 퇴역한 부산의 119구급차들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곳곳을 누비면서 응급환자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17일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신항에서 선적한 부산시소방재난본부의 퇴역 구급차 12대가 지난 2월 폴란드에 도착한 뒤 폴란드 적십자사를 통해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됐다.

이 구급차 중 4대는 전투가 격심하게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전선에 배치됐으며 나머지 8대는 사흘 뒤인 지난 2월 23일 폴란드 루블린 국경도시에서 우크라이나 병원 관계자에게 넘겨졌다.

이 구급차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지역 병원들에 배치돼 응급환자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119구급차 우크라이나 인도는 부산시소방재난본부의 ‘우크라이나 구급차 무상양여 사업’으로 추진됐다.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는 부산에 본부를 둔 그린닥터스재단과 온종합병원의 역할이 컸다.

그린닥터스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기습 침공한 지 3개월 뒤인 지난 2022년 5월 12~20일 김동헌 부산 온종합병원장 등 의료진과 김승희 부이사장 등 그린닥터스 회원 등 16명으로 구성된 의료팀을 꾸려 폴란드 내 우크라이나 피란민 캠프를 방문해 긴급의료 지원에 나섰다.

당시 우크라이나 난민캠프 긴급의료단 단장으로서 폴란드 봉사에 직접 참여했던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응급치료를 통해 살릴 수 있는 생명도 구급차가 없어 죽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부산시소방재난본부 측에 부산의 불용 구급차들의 우크라이나 인도를 제안했고 소방에서 제안을 받아들여 119구급차들이 우크라이나로 보내지게 됐다.

그린닥터스와 부산시소방본부는 이들 퇴역 구급차 12대의 엔진 성능에는 문제가 없으나, 외관 흠집 등으로 현지에서 괜한 오해를 살 것을 걱정해 자동차 시트와 외관 부위, 각종 전등을 새것으로 교체하고 수리했다.

정근 이사장은 “부산의 구급차량들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응급환자들을 위해 큰 도움을 주고 있다니 다행”이라며 “어느덧 전쟁이 일어난 지 2년이 지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의 삶은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졌을 것이다.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될 수 있게 국제사회가 한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그린닥터스는 전쟁이 끝나는 대로 곧바로 의료팀을 꾸려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긴급 의료지원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