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이성구 전문위원] 자격요건을 갖추고 정부에 등록하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국회 상임위 산하 소위를 통과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1소위는 21일 오후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이 담긴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 개정안은 정무위 전체회의, 법사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입법된다. 특금법이 개정되면 그동안 무법지대에 놓여 있던 암호화폐 산업이 제도권에 편입된다.

◆ 암호화폐=가상자산, 암호화폐 거래소=가상자산 사업자(VASP)로 정의

그동안 금융당국이 사용해온 용어로 법안 원안에도 쓰였던 ‘가상자산 취급업소’는 부정적 느낌을 준다는 이유로 수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업자 대표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한다. 미신고 사업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그동안 쟁점이었던 ‘실명확인 입출금서비스(실명가상계좌)’ 의무는 정부의 요구에 따라 포함됐다. FIU는 실명가상계좌가 없는 사업자의 신고는 거부할 수 있다.

코인데스크코리아 등에 따르면 야당 의원들은 실명가상계좌가 없는 거래소들은 사업을 접게돼 국내 암호화폐 산업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소위는 실명가상계좌는 법에 포함하되, 국회와 금융위가 협의해 시행령에 들어갈 실명가상계좌 발급 조건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까지 은행과 계약해 실명가상계좌를 보유한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 등 4곳뿐이다.
2018년 1월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를 발표한 이래, 은행은 거래소와 추가로 실명가상계좌를 계약하지 않았다.

◆ 암호화폐사업자, 자금세탁방지 의무

특금법 개정은 암호화폐 관련산업이 제도권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래소나 장외거래중개기업 등 VASP들이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에서 운영돼 왔지만 앞으로는 법적 지위가 마련되고, 은행 등 기존 금융권과 비슷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지게 된다.

특히 지난 6월 국제자금세탁방지위원회(FATF)의 권고가 나온 뒤 1년 안에 제도를 마련해 평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제도를 마련하는데 한발 내디뎠다는 의미도 크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8월 인사청문회 당시 “특금법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며 “최소한의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김재진사무국장은 “이 개정안은 활성화를 위한 법이 아닌 규제법안이지만,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화가 최초로 마련됐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특금법 개정으로 암호화폐 관련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그동안 산업의 법적 근거가 취약했던 만큼, 관련기업들은 ‘규제가 있으면 지키면 되지만 규제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속에 줄타기를 해온 게 현실이다.

이 개정안의 정무위 전체회의는 오는 25일 열릴 예정이다.



이성구 글로벌경제신문 전문위원 news@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