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역대급 실적을 달성하며 함박웃음 지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이 거둔 당기순이익만 12조원에 달할 정도다. 이는 전년 대비 27%가량 증가한 수치다.

은행들이 수익을 내는 구조는 크게 대출을 통한 이자이익과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으로 나뉜다. 이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로, 은행들의 수익 대다수가 대출 이자장사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대출 부문 성장에 따른 이자이익 확대 덕분이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 여파에 본격적인 금리인상기까지 겹치면서 대출금리가 무서운 속도로 오르는 사이 상대적으로 예금금리 인상에는 인색했던 은행들은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은행들은 애써 표정관리에 한창이다. 땅짚고 헤엄치기식 손쉬운 이자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거둔 은행권을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최근 그 어느 때보다 날카로워져 있다는 걸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수익원 발굴 노력 없이 이자장사에만 골몰하는 은행권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과거에도 늘 존재해 왔으나 대출 총량규제 틈타 최근 반년 사이 ‘예대금리차’가 급격히 벌어지면서 은행들이 과도한 예대마진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 강도가 한층 더 격해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규제로 대출 받기는 점점 까다로워지고 이자는 급격히 늘면서 서민들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호실적을 자축하듯 연말·연초 기본급의 300%가 넘는 성과급에 고배당까지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점도 은행권을 향한 여론이 더욱 악화되는데 일조했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최근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발빠르게 수신금리 상향 조정에 나섰다. ‘금리는 시장에서 자율로 결정되는 문제’라고 선을 긋던 금융당국 역시 금리산정 체계가 합리적인지 살펴보고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 감독당국으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입장을 선회한 상황이다. 급기야 정치권에서는 은행의 예대금리차 공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법안 발의 및 공약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예대금리차는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지난 1월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1.80%p로 전월보다 0.25%p 확대됐다. 잔액 기준 예대금리차도 2.24%p로 전월보다 0.03%p 더 벌어졌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속도에 비해 수신금리 ‘찔끔’ 오르는 데 그치거나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영향이다.

예대금리차 확대 기조가 이어지면서 증권가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1분기 은행권 실적도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상승기를 맞아 예대금리차가 커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지만 그 정도가 타당하지 않고 지나치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금융소비자 측면에서 예대금리차가 불합리하게 확대되거나 부담이 전가되는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다만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는 만큼 은행 금리산정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방향은 절대 바람직하다 할 수 없다. 이미 실손 및 자동차보험료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 등 사례에 비춰볼 때도 정부의 노골적인 시장 가격 개입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한다. 결국 정부 손길이 닿기 전 은행 스스로 과도한 예대금리차의 개선 노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싫든 좋든 은행에는 다른 산업과 달리 더 높은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 요구된다. 전례 없는 이익을 거두고도 신규 공개 채용은 줄이고 희망퇴직 대상은 늘리면서 대대적 인력을 축소하는 한편 영업점포까지 급격히 통·폐합해 노인 등 금융 취약계층 소외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은행권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외면한 채 제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이미지를 탈피하는 길을 하루라도 빨리 찾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