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중고자동차 시장의 포문이 열렸다. 국내 완성차업체 현대차가 공식 진출 선언을 하면서다. 여기에 르노삼성, 한국GM 등 중견 3사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기존 중소 매매상들은 울상이지만, 소비자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허위·미끼매물 등 중고차시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중고차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간 정보의 비대칭이 심한 '레몬마켓(lemon market)'으로 불린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불량품' 수준의 저급 제품을 유통하게 되는 현상을 빗대어 표현한 용어다.

판매자는 중고차의 사고·교환 이력과 세세한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이 정보는 소비자에게 온전히 닿지 않는다. 소위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다. 이로 인해 정보가 적은 소비자는 더 불리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

이는 신뢰와 직결된다. 실제로 중고차 시장 내 허위매물, 성능상태 불량 등 정보 비대칭·불투명성에 따른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시장 신뢰도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소비자연맹(소비자연맹)이 최근 중고차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인식도 조사를 시행한 결과, 중고차 시장 및 매매상(판매자)에 대한 신뢰도가 각각 14.8%, 11.2%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중고차 구매 시 불만을 겪은 소비자의 불만사항(중복응답)을 살펴보면 ▲고지/설명과 다른 성능상태 ▲사후 관리 미비(39.0%) ▲허위/미끼 매물(29.7%), ▲사고차 미고지(26.9%) ▲시세보다 비싸게 구매(26.9%)  등이 있다. 업체가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것이 너무나 잘 보인다.

기존 중고차 업계에도 기회는 있었다. 지난 2013년 중고차 시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대기업 진출이 제한돼 왔다. 하지만 9년 간 이들이 보여준 것은 상술했듯 소비자의 불신을 얻은 것 밖에 없다. 

대기업 완성차 업체는 결국 중고차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은 기존 중고차 업계의 발자취를 따라가진 않을 것이다. 방대한 정보와 투명성이라는 무기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쌓을 것이다. 무작정적인 문어발식 사업 확장보다는 기존 업계와의 상생·협력에 적극 나서길 바란다. 어느정도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내 중고차 시장에 우량의 제품과 서비스가 거래되는 피치마켓, 즉 복숭아 마켓이라는 수식어가 붙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