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의 주가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8만원대. 전일 대비 상승세로 전환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공모가 가격(49만8000원)을 감안하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급한 불은 일단 껐다. 하락세가 막을 내린 것. 이는 장병규 의장이 내린 특단의 조치 덕분이다. 최근 장 의장은 총 3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과 함께 374억원 규모의 주식을 임직원들에게 무상 증여하며 주주들과 직원 달래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주가 부양책으로 내놓은 자사주 매입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입한 자사주 규모가 전체 주의 0.2%에 불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분위기를 뒤엎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은 지독한 꼬리표인 '원게임 리스크'를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모바일 포트폴리오는 배틀그라운드가 전부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크래프톤은 주력 IP인 배틀그라운드에 힘입어 매출 1조8863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4분기 실적에선 웃질 못했다. 

크래프톤의 2021년 4분기 영업익은 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6% 하락했다. 이는 배그 신작이자 형제작인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의 저조한 실적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뉴스테이트의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컸다고 입을 모았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뉴스테이트의 트래픽이 시장에 기대했던 수준만큼 올라오지 못했다"고 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 또한 "4분기 뉴스테이트 매출액은 전체 모바일 매출 대비 약 5% 비중인 152억원, 일평균 3억원 수준으로 예상보다 더 부진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후폭풍도 상당했다. 작년 11월 11일 출시된 뉴스테이트의 흥행 기대감에 크래프톤 주가는 일주일 뒤 57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상승장은 오래가지 못했다. 게임의 높은 진입장벽에 초기 유저 이탈 등 트래픽 지표가 나빠졌고 이는 곧 주가에 악영향을 줘 3개월 긴 하락장의 시초가 됐다.

향후 뉴스테이트의 리포지셔닝을 통해 유저 유입 등 트래픽 지표를 개선하겠다는 복안이지만, 돌아선 유저들이 다시 올지는 미지수다. 

배틀로얄 장르 중 배그 시리즈는 헤비한 영역에 속한다. 사실에 입각한 정밀한 FPS를 지향하고 있기에 유저에게 높은 게임 이해도가 요구된다. 이러한 점 때문에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PC 배그 역시 무료화 선언 이전까지는 신규 유저 모객에 난항을 겪기도 했다. 

후발주자의 진입이 매섭다는 점도 크래프톤에겐 악재로 꼽히고 있다. 최근 같은 배틀로얄 장르인 원더피플의 '슈퍼피플'은 전세계 430만명이 CBT에 참여하면서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는 국내에선 외면받고 있지만 '메타버스' 접목 가능성으로 글로벌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 또한 위협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사진=크래프톤
사진=크래프톤

크래프톤은 올해 게임 역량 강화, 신사업 추진으로 반등을 꾀할 요량이다. 하지만 한 발 늦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모든 게임사들이 앞다퉈 진출했던 NFT 영역에 대해선 작년까지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했고 올해 1월말 뒤늦게 사업에 나선 것도 그렇다.

당장에 내놓을 신작이 없다는 것도 뼈아프다. 지난해 말 출시한 '썬더 티어원'은 탑다운 슈팅 장르의 신선한 플레이로 초기엔 호평받았으나, 이후 콘텐츠 부족 및 느린 업데이트 속도 등 문제들이 노출되며 유저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올해 일부 신작은 출시가 딜레이될 가능성도 있다. 신작 '프로젝트 M'을 연내 얼리 엑세스(PC)로 출시가 예정돼 있다. 다만 완성된 버전은 추후 시간이 꽤나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에는 기대작인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출격하나 아직까지 플레이 영상조차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에 게임 개발사 5민랩을 인수했다. 배경으로는 부족한 게임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5민랩은 대표작인 스매시 레전드를 포함해 총 30여종의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서비스한 경험이 있다.

결국 수년째 지적돼 온 탈(脫) 배그 작업은 내부적으로는 크게 진척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여전히 배그 IP에 힘을 주고 있는 모양새다. 인도에 '배그 모바일 인디아' 출시와 함께 이스포츠 활성화 등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향후에는 중동,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배그 IP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의 가치가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저평가'됐다고 밝혔으나 일부 주주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가치를 지칭하는 것이 '배그' 하나만을 의미하는 바는 아닐테니 말이다.

결국 모든 시선은 3월 31일 주주총회로 쏠린다. 특히 배그 이외의 자체 게임 개발 역량에 대해서는 확실한 비전 제시와 로드맵 발표가 필요한 시점이다. 크래프톤이 과거 배그에 집중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란 예상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주주들과 유저들은 크래프톤에게 '새로움'을 원한다. 다가올 주총은 배그 이외에 새로운 내용이 담겨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