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글로벌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최근 출시된 박재범의 원소주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11시 자체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판매를 개시하자마자 준비해놨던 2000병의 물량이 동난 것. 원소주는 한 병(375ml)에 1만4900원으로 소주 치고는 높은 가격에다가 사재기 방지를 위해 1인당 6병의 구매 제한을 걸어놨음에도 판매 개시 직후 품절되는 현상이 다음 날인 지난 1일에도 이어졌다.

원소주가 이처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배경에는 새로운 주류라는 이유도 있지만 전통주로 인정받으면서 온라인을 통한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현행 주세법상 전통주는 산업 활성화 등을 이유로 주세 50% 감면과 온라인 판매 및 배송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전통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정한 장인(무형문화재)이 만든 술 △지정된 주류 부문의 식품 명인이 만든 술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만든 술(지역특산주) 등 세 가지 요건 중 최소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원소주는 100% 국내산 쌀을 이용한 증류주다. 지역특산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미국인 대표가 뉴욕 브루클린에서 운영 중인 밴 브런트 스틸하우스에서 생산한 '토끼소주'가 있다. 해당 제품 역시 충주지역 찹쌀을 주원료로 해 국내에서 전통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막걸리나 백세주, 그 외 우리 전통술에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 낸 일품진로나 화요같이 흔히 전통주로 떠올릴 법한 술들은 의외로 전통주가 아니다. 서울탁주제조협회의 장수막걸리의 경우 자리잡은 지 60년이 넘었고, 백세주는 고려 시대 명주인 백하주의 제법인 생쌀발효법을 복원·개발한 술이지만 판매되는 제품들은 위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전통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전통주로 인정받더라도 지위가 영구적이지는 않다. 예컨대, 전통주를 빚는 장인이나 식품 명인이 죽었을 경우 다른 사람이 똑같은 재료와 방법, 장소에서 동일한 주류 제품을 만든다면 그것은 전통주일까. 정답은 '전통주가 아니다'다. 

실제 전통주 제조면허의 상속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 국세청이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는데, 국세청은 "무형문화재·식품명인은 일신 전속에 관한 사항으로 상속재산에 해당하지 않아 (상속자에게) 전통주가 아닌 일반 제조면허가 부여된다"고 밝힌 바 있다. 동일한 주류를 만들 수는 있지만 더 이상 전통주는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현재 전통주 제도가 주류 제품에 담긴 역사보다는 '제조자'와 '지역 농산물'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 

이 탓에 주류업계에서는 "현행 제도는 전통적인 제조법을 통해 만든 우리 술 자체를 전통주로 보지 않고 누가 만들었는지를 더욱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전통주 요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장인·식품 명인이 속한 법인 등에서 생산한 주류 제품을 전통주로 인정하고 제조자 사후에도 전통주 지위를 인정해주는 방법이 있다. 또는 현재 전통주가 누리고 있는 감세·온라인 판매 혜택 등을 '전통주 등'으로 일부 완화해 주류기업이 전통주 시장에 진출하게끔 유도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 전통주가 질적으로 발전하고 세계시장에서 통하려면 현행 전통주 제도의 재정립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