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열 기자
안종열 기자

 

"휴대폰 품질에 신경을 쓰십시오. 고객이 두렵지 않습니까?" 故 이건희 회장이 한 말이다. 과거 이건희 회장은 양 위주 경영의 한계를 절감하고, 양적 사고의 결과로 생기는 불량을 고질적인 병폐라고 지적했다. 불량은 암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회사를 망하게 할 수 있는 불량의 폐해를 강조했다.

이같은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세계 굴지의 스마트폰 업체가 됐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의 행보를 보자면 다시금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모양새다. 과도한 원가 절감이 지적되면서다.

삼성전자는 고가의 갤럭시S·Z(폴드·플립) 시리즈가 수익성을 담당한다면, 중저가 A시리즈는 판매량에 중점을 둬 ‘세계 스마트폰 1위’를 지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갤럭시A12 출하량은 5180만대로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에 이름을 올렸다. 갤럭시A02의 판매량도 1830만대로 10위를 기록했다.

올해도 전 세계 점유율을 수성하기 위해 중저가폰을 출시했다. 가장 저렴한 스마트폰은 갤럭시A23이다. 출고 가격은 37만4000원이다. 가격만 보면 가성비를 제대로 챙겼다. 

하지만 이 스마트폰의 속을 까보면 과도한 원가 절감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갤럭시A23에는 중국산 제품이 많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는 중국 BOE의 LCD(액정표시장치)가 탑재됐다. 카메라 센서는 중국 서니옵티컬이 제조한 50MP OIS(손떨림보정기능) 메인 카메라를 품었다. 이외에도 갤럭시A, F, M 일부 모델을 중국 윙텍, 화친 등과 합작개발생산(JDM), 제조자개발생산(ODM) 등을 통해 생산하고 있다.

다만 이것을 두고 잘했다, 못했다를 논할 순 없다. 원가를 절감하는 것은 사업에 있어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도한 원가 절감으로 인한 갤럭시 브랜드 가치 추락은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중국산 OEM 제품 도입으로 가격을 낮출 수 있었지만, 반대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은 소비자들에게 더욱 각인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해외 유명 팁스터인 아이스유니버스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노태문 사장이 계속해서 낮은 비용을 고집하고 서비스와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삼성 브랜드는 곧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태문 사장은 삼성전자의 MX(모바일경험) 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994년 휴대전화 사업에서 한번 고배를 마셨다. 불량률이 12%이상 나오는 등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서다. 이건희 회장은 이듬해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 일명 '애니콜 화형식'이다. 경북 구미공장에서 임직원 2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휴대폰 15만대(500억원 상당)를 태웠다. 그러면서 다시는 불량제품을 생산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이같은 경영 철학이 통한 탓일까. 국내 점유율은 단숨에 19%를 기록했다.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가 한번 무너지면 이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글로벌 시장에서의 갤럭시 A 시리즈는 강력하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 한다. 과도한 원가절감은 되려 비수로 돌아온다. 제2의 애니콜 화형식, 즉 갤럭시 화형식이 오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