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은 지금 너도나도 ‘플랫폼’을 외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층 앞당겨진 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동안 다른 산업들보다 상대적 변화에 둔감하고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전통 금융사들도 플랫폼 기업으로 변화에 목을 매는 중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의 금융권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더이상 몸집만 큰 ‘공룡’ 상태로 머물러 있다간 성장은커녕 생존조차 담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탓이다. 과거의 영광이 그 얼마나 대단했던지와 상관없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건 곧 도태를 의미하는 세상이 됐다. 한 해 순익만 4조원 거두는 금융지주사도, ‘삼성’이란 이름 아래 금융사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비금융을 아우르는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금융사들은 일단 기존 쪼개져 있던 앱을 하나로 통합하는 ‘원앱’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은행·카드·보험·증권·페이·통신사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금융거래 정보를 일괄 수집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서비스 키우기에도 한창이다.

디지털 전환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결국 ‘데이터’로 점철된다. 일단 최대한 많은 데이터, 즉 고객과 그의 개인정보를 끌어모아야 양질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경쟁력 높은 혁신 서비스를 창출하는 두 번째 스텝도 밟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사들은 특히 주력 소비 계층으로 부상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타깃으로 신규 가입자 확보에 혈안인 상황이다.

문제는 빅데이터 시대 속 최근 잇단 개인정보 유출 사고 발생 등으로 금융사 보안에 대한 취약점이 꾸준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곳에 모이는 정보가 방대해질수록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최근 삼성 금융계열사 서비스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 앱 모니모에서는 삼성증권 고객 344명의 성명·계좌번호·잔고·수익률·거래내역 등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다른 특정 고객들에게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빅테크에 대한 대항마로서 야심차게 서비스를 선보인지 딱 나흘만의 일이다.

비슷한 시기 KB국민카드의 모바일 앱에서도 고객들의 개인정보 및 카드 이용정보가 1시간 넘게 노출되는 일이 벌어졌다. 앞서 이달 10일 무렵에는 신한카드를 사용하는 고객 100여명이 부정결제로 인해 최대 수백만원대 피해를 입었다.

이에 사고발생 경위 파악에 나선 금융당국은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시스템을 즉시 개선하도록 지도하는 한편 모바일 기반의 금융플랫폼에 대한 점검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잊을만 하면 반복되는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금융소비자는 늘 불안하기만 하다. 금융사들이 일제히 부르짖는 ‘디지털’·‘플랫폼’·‘‘빅데이터’ 기반 혁신 금융서비스로 인해 점점 금융거래 편의성이 높아지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정작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문제인 ‘내 돈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전과 보안이 바탕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다.

금융사들은 ‘변화’와 ‘혁신’에 앞서 금융업의 본질이 ‘고객 신뢰’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융사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신뢰의 근간 흔들고 훼손시키는 가장 치명적 허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