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기자.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기자.

 

"메모리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도록 하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30일 화성캠퍼스에서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면서 한 말이다. 

그로부터 3년이 흘렀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성적표는 흐릿하다. 오히려 글로벌 시장 입지가 더 취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는 격차가 벌어졌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파운드리 점유율은 전년 대비 3%p 오른 56%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지난해보다 2%p 감소한 16%로 예상됐다. 올해는 두 회사의 격차가 지난해보다 5%포인트 가량 더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AP 분야 마찬가지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모바일 AP 시장 점유율은 2019년 12.0%에서 지난해 6.6%까지 뚝 떨어졌다. 반면 퀄컴의 점유율은 2019년 34.8%에서 지난해 37.7%로, 미디어텍은 12.7%에서 26.3%로, 애플은 22.9%에서 26%로 각각 증가했다.

우려가 쏟아졌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1분기 실적 발표 이후 열린 컨퍼런스 콜에서는 파운드리 고객사 이탈과 경쟁력 약화 등을 골자로한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은 것이다. "시장 우려가 과하다"며 삼성전자는 일축했지만, 우려를 깨끗이 씻진 못했다.

최근 TSMC와 인텔 등은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정중동' 상태다. 반도체 산업에는 수십조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총수 외에는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가는 대형 투자 등을 쉽사리 결단하기 어렵다.

경제계가 이 부회장의 '사면'을 절실히 외치는 이유다. 최근 반도체 패권 경쟁은 날이 갈 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역할론'은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달 8일 석가탄신일을 전후로 마지막 특별사면을 할 전망이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의 미래와 국가 경제를 위해 현명한 결단을 내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