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박 3일간 한국을 방문했다. 첫 일정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이었다. 이례적이다. 미국 대통령이 첫 일정으로 일개 기업의 공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반도체가 한미 동맹의 전략적 가치를 뒷받침하는 핵심 전략 자산임을 미국 대통령이 다시금 확인해준 것이다.

하지만 일정을 까보면 아찔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법리스크로 인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공장 안내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매주 목요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으며, 3주에 한 차례씩 금요일에도 공판이 있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 본인은 반드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법원에 불출석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그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과 이 부회장의 역할을 인정해준 꼴이다. 이 부회장은 가까스로 두 대통령의 안내를 맡을 수 있었다.

공장 방문은 성공적이었다. 미래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 기술 분야에서 양국의 협력은 더욱 강화됐다.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 불릴 수 있는 이유다. 이번 바이든의 방한으로 반도체와 바이오,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총수인 이 부회장의 역할론은 더욱 강조됐다.

하지만 가석방이라는 신분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매주 이어지는 재판과 해외 출국시 허가 절차 등으로 글로벌 행보는 사실상 답보 상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의 글로벌 경영 차질의 장기화를 우려한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과 국가 경제에 문제가 생길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이 부회장은 2016년 12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글로벌 IT기업 CEO와의 회동에 참가하지 못했다. 특검의 출국금지 명령으로 비행기를 타지 못하면서다. 당시 미국계 IT 기업이 아닌 기업 경영인 중에는 이 부회장이 유일한 초청 대상이었다.

재계와 정치권에서 사면을 절실히 외치는 이유다. 아직 기회는 남아있다. 윤 정부가 첫 특사 대상으로 이 부회장을 낙점하고, 이 부회장은 국내외 대형 투자와 인수합병(M&A), 고용 창출 등을 약속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이 부회장은 아직 국가 경제를 위해 할 일이 많다. 국익을 위한 새 정부의 단호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