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구자라트주의 칸들라 항구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한 인부가 밀이 화물선에 선적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AFP=연합뉴스]
인도 구자라트주의 칸들라 항구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한 인부가 밀이 화물선에 선적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AFP=연합뉴스]

인도가 밀과 설탕에 이어 쌀 수출 제한 카드까지 꺼내들 분위기다.

인도는 쌀 수출 1위국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인도가 식량 보호주의(food protectionism)의 다음 타깃으로 쌀 수출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가 쌀 수출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면 세계 식량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분석가들은 내다봤다.

인도의 밀과 설탕 수출 제한 조치는 국제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으며, 주요 식량 생산국들이 잇따라 자국산 농산물 수출을 제한하는 식량 보호주의를 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베트남 최남단 껀터시에서 쌀을 추수해서 배로 나르는 모습[VN익스프레스 캡처]
베트남 최남단 껀터시에서 쌀을 추수해서 배로 나르는 모습[VN익스프레스 캡처]

블룸버그는 밀과 옥수수 같은 곡물류 가격이 급등하는 와중에 쌀 수출 1위국인 인도가 쌀 수출 제한 조치를 하면 수백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물가상승 위험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도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인  예스뱅크(Yes Bank)의 이코노미스트 라디카 피프라니는 "인도 정부가 밀에 대해 이미 제한 조치를 한 상황에서 쌀 수출 제한 방안 검토는 시간 문제일뿐"이라고 내다봤다. 

피르라니는 쌀 수출 제한 조치를 하면 식량가격 하락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볼 일이라고 덧붙였다. 

이 문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부처간 물가감시 위원회(inter-ministerial comittee) 차원에서 쌀 재고 상황을 논의했으며, 지금으로서는 재고가 충분해(huge inventories) 수출을 제한할 필요성이 없다는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인도 북부 펀자브의 밀밭[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도 북부 펀자브의 밀밭[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인도경영연구원 산하 농업경영센터 소속 푸르니마 바르마 교수는 "쌀 수출 제한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로서는 국내 물가상승을 억누르고 식량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밀 대체재로 쌀을 고려할 필요성을 느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블룸버그는 인도가 필요 이상으로 쌀 재고가 많으며, 이 덕택에 쌀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셜리 무스타파 유엔식량기구 소속 이코노미스트도 "인도의 공식 쌀 재고량은 공공 배급 필요성보다 훨씬 많다"며 "이는 전 세계적인 밀 상황에 따른 쌀 배급을 확대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쌀은 세계 식량위기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도와주는 주요한 곡물의 하나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가격이 폭등한 밀과 옥수수와 달리 쌀 가격은 생산량 증가와 기존의 재고 덕에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곡물 밀[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곡물 밀[로이터=연합뉴스 자료 사진]

그러나 인도가 쌀 수출 제한 조치를 하면 쌀 가격 안정세는 바뀔 수 있다. 이는 지난 2008년 식량위기 당시 베트남이 쌀 수출을 금지하는 바람에 유사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아시아는 쌀 생산과 소비 90%를 차지하며, 이 가운데 인도의 수출 비중은 40%나 된다. 

크리쉬나 라오 인도 쌀수출협회장은 "국내 쌀 공급량은 충분하기 때문에 수출 금지나 제한하는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라오 회장은 이어 "상황이 이런데도 인도 정부가 수출량을 제한하고 싶다면 이는 정치적인 고려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쌀 생산량 2위 국가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1∼2022년 인도의 쌀 수량은 2120만t으로 2위 베트남(630만t), 3위 태국(610만t)의 3배 이상 많았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식용유 매대의 모습. 대부분 비어있다./사진=김현우 기자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의 식용유 매대의 모습. 대부분 비어있다./사진=김현우 기자

한편 세계 제2의 밀 생산국인 인도는 최근 자국 사정을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하는 바람에 국제 밀값이 고공행진 중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인도는 또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 설탕 수출국이면서도 지난 25일 설탕 수출량 제한을 발표해 국제 설탕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각국의 농산물 수출 제한이 잇따르면서 식량 위기가 증폭되고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대형마트에 진열된 설탕(**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습니다)[연합뉴스 자료 사진]

 

워싱턴DC 소재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세계 26개국이 식품이나 비료에 대해 전면 수출 금지 또는 특별 인허가 절차 신설 등의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놓았다. 밀·옥수수·식용유·대두·설탕 등이 주요 대상이라고 연합뉴스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