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지난 14일 전격 철회됐다. 총파업 8일 만이다. 이들은 안전 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산업 현장 곳곳에 영향력을 끼쳤다. 대한민국의 '산업시계'가 멈출 가능성도 있었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계의 피해가 막심했다. 현대차의 경우 이번 파업으로 울산공장 생산라인이 가동과 중단을 반복했다. 차질은 모든 차종 생산라인에서 발생했다. 부품 수급과 완성차 운송 거부 등이 문제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 9일 1공장을 제외한 울산공장 2~5공장의 가동률은 32~74% 선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하루 평균 5000~6000대를 생산한다. 현대차 사측은 노조와의 단체협약 8차 교섭 자리에서 이번 화물연대 파업으로 생산손실이 약 2000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일의 경우 울산공장에서 겨우 1800여대만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술했듯, 울산공장의 하루 생산능력은 최대 6000여대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차량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3000여대에 그치는걸 감안하더라도 상당한 손실이다.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로 구성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대응 자동차업계 TF는 현대차가 나흘간 차량 5400대 생산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물류 대란 속 국내 기간산업 물류의 취약성까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애꿎은 소비자들도 분노했다. 가뜩이나 차량용 반도체 대란으로 신차 출고 대기 기간이 1년을 훌쩍 넘어선 가운데 이번 파업으로 새 차 인도 날짜가 무기한 연기될 가능성에 직면하면서다. 

여기에 신차 아닌 신차를 받는 웃픈 상황도 연출됐다. 현대차는 일반 직원들이 완성차를 공장 밖으로 빼내는 '로드탁송' 작업을 단행했다. 이 작업을 맡은 직원은 영남·칠곡 센터까지 약 100㎞를 직접 운전해야 했다. 임시운행허가증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누적 주행거리가 100㎞ 이상인 신차를 인도받은 소비자의 황망한 표정이 눈에 선하다.

정부는 애초부터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경제계 일각에선 정부가 초동 대응만 잘했어도 호미로 막을 일이었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상생이 중요하다. 정부는 화물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기업 측과 긴밀히 협의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고, 완성차 업계와 애꿎은 소비자들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았다. 안정적인 '노-사-정' 삼각구도의 부재가 뼈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