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사건이 정치권의 태풍의 핵으로 부상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자진 월북몰이’를 주도했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테스크포스(TF)에 따르면 국방부의 7시간 북한 통신(감청)보고 내용 중 월북이라는 단어는 딱 한 문장 뿐이다.

이에 합동참모본부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 전달한 최초 보고서에는 ‘월북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쓰였다고 한다. 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문 정부가 이 씨의 월북 근거로 거론한 군의 특별감청정보(SI)는 수백페이지에 이르는데 월북이라는 단어는 ‘월북했다고 합니다’라는 문장에 한 번 등장하고 시점도 북한군에 발견된 직후가 아닌 두시간이 지난 후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확고한 월북 의사가 있었다면 관련 내용이 상세히 나와야 하고 또 발견된 직후에 언급됐어야 한다”고도 했다. 하 의원은 “국방부는 이 씨가 2020년 9월22일 오후 3시30분 이후 숨질 때까지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구조 지시도 없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고 했다

이 씨는 9월21일 서해 소연평도에서 어업지도 일을 하다 실종됐고, 다음 날 오후 9시30분쯤 북측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군에 발견돼 오후 9시 40분쯤 사살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6분쯤 국방부로부터 서면보고를 받았지만 3시간 4분 간 어떤 지시도 내리지 않았다. 

이 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아 숨지기 세 시간 전이다. 이 씨의 생존 사실을 파악한 만큼 구출하기 위한 조처를 할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도 문 전 대통령은 아무런 구조 지시를 내리지 않았다는 게 국민의힘 측 조사 결과이다.

이 씨 유족은 문 전 대통령의 6시간 행적을 밝혀야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 씨의 형 이래진 씨 등은 “문 전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가 과연 6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히는 게 첫 번째 방점”이라고 했다.

이 씨 피살 직후 청와대 NSC는 이달 23일 오전 1시부터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 당시 문 대통령은 불참했다. 오전 8시30분에야 관련 사안을 건네받았다는 게 당시 정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족은 청와대·해양경찰청 관계자가 해경의 수사 방향을 ‘월북’으로 모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을 추가 고발했다. 이 씨는 28일 서주석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장을 비롯,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A 행정관, 당시 수사 책임자였던 윤성현 전 해경 수사정보국장 등을 공무집행방해·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했다.

어쨌든 가장 큰 문제는 이 공무원이 6시간 전 북한군에 붙잡힌 사실을 우리 군이 확인했고, 3시간 전 문 대통령에 서면 보고됐는데도 공무원을 구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 문 정부가 피살된 공무원의 월북 근거를 명확히 내놔야 한다. 만약 입증을 못한다면 어떠한 이유로 '월북몰이'를 했는지 밝혀야 한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행정관이 해경에 월북 쪽으로 수사할 것을 강압적으로 지시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건이 일파만파 번지자 해경 간부급 공무원들이 무더기 사의를 밝혔다. 그런데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 해외 도피설까지 나돈 서훈 전 국가정보실장 등 직접적 관련자들은 입을 굳게 닫고 있다. 

이달 19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같이 밝혔다. "진상규명보다, 국민들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다"라고. 같은당 설훈 의원도 "아무것도 아닌일"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치던 문 정권이다.

이 씨 피살은 단순 사건이 아닌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민주당이 대통령기록물 공개에 비협조적이라면 검찰이 수사로 밝혀야 한다. 월북몰이가 사실이라면 관련자들에게 직권남용에 관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유족들의 아픔을 뒤늦게나마 달래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