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가 거둔 누적 순이익은 14조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이다.

금융지주들이 호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가파르게 오른 시장금리가 크게 자리 잡고 있다.

올해 들어 가계대출 수요가 뚝뚝 떨어지며 대출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기준금리가 쉼 없이 오른 덕에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의 개선돼 이자이익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로 눈길을 돌리면서 대출자산을 늘린 점도 주효했다.

실제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29조217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6.1% 증가했다.

다만 금융지주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도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이자이익은 확대로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전체 성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그 속에 비이자이익 부문이 워낙 부진했기 때문이다.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1.9%나 줄어든 7조1263억원에 그쳤다.

이는 비은행 강화 전략 중심에 서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증시 침체 여파에 위탁중개수수료 등 수수료이익이 급격히 감소하는 등 죽을 쑤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유야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통해 그동안 지나치게 높았던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다변화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 성장을 추구하겠다던 금융지주사들의 공언(公言)이 한낱 공언(空言)이 되어 버린 모양새다.

사실 영리를 추구하는 사기업 입장에선 모로 가도 당장 실적만 좋으면 그만일 수도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표정관리를 해야만 하는 것이 금융지주들이 처한 현실이다.

특히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서민·취약계층의 금융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금융지주들이 금리 인상기를 틈타 수익원 다변화 노력 없이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에 주력한 모습에 대한 비판도 커진다.

금리 인상기에 예대금리차가 벌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로 인한 은행 이자이익 확대 자체는 과도한 수준만 아니라면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손쉬운 이자장사에 의존, 한 마디로 이자장사‘만’ 잘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금융지주들이 은행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비은행 부문 키우기의 숙제를 풀어내는 일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