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글로벌경제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글로벌경제신문)

반도체 등 주요 산업의 내년 사정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나마 조선 등 일부 업종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이른바 '테크(기술)' 자강론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인사와 '뫼비우스 띠'처럼 묘하게 오버랩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업계나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년 글로벌 경기둔화 심화 등의 영향으로 D램 등 반도체 업종은 부진이 이어지는 반면, 조선은 올해와 같은 호황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얼핏봐선 내년 주요 산업 업황 전망에서 '뒷면(흐림)'인 반도체 업종의 선두주자 삼성전자와 '앞면(맑음)' 격인 조선 업종 대표주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사정이 딴판으로 보인다.

이를 찬찬히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 만도 않다. 두 기업이 처한 상황이나 내년 업황 전망 등에서 '결(양상)'은 다르지만, 묘하게 평행이론과 다른 '뫼비우스의 띠'로 연결된 형국으로도 볼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기술패권 경쟁 등의 리스크에다 다양한 변수가 도사리고 있어서다. 그  불확실성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해봐야 '이를 어떻게 대비하느냐' 정도다.

이 지점에서 이재용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몇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한 진단이 앞으로 위기를 헤쳐갈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는 비메모리 분야 반도체 설계와 시스템 반도체, 그리고 중국의 추격으로 인한 반도체 산업과 삼성전자의 위기로 압축된다. 그 고민 속에서 이 회장이 처방으로 내놓은 방법론이 이른바 '기술 자강론'으로 풀이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수요 산업으로 경기를 타는 조선업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전후까지만 해도 업황 사이클의 밑바닥에서 '수주절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수요처인 해운과 자동차 등이 호황세에 접어들면서 반등에 성공한 현대중공업그룹이다. 조선 업종 특성상 2020년에서 2025년 사이 수주 호조세는 실적 회계장부에 1~2년 후에나 카운팅된다는 점에서 다소 느긋할 수 있으나, 최근 업황 사이클은 다양한 변수에 생물처럼 요동치고 있어서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잇달아 단행한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전문성 중심의 '기술형 인사'와도 맥락이 통한다. 건설기계 부문 등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기술개발에 방점을 찍은 것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현 주요 영위사업인 조선, 에너지, 건설기예는 물론 미래 먹거리로 삼은 수소 신사업 강화를 위한 포석이 엿보인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연말인사는 이 회장의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이 현 경제 및 산업계의 위기 상황에서 많은 기업들로하여금 허투루 들리지 않게끔 웅변하고 있다. 

그가 대외 경제환경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필살기로 삼은 것이 곧 '기술'이다. 이재용 회장이 기회 있을 때마다 국내외 현장 및 전문가들과 만나 체득한 기술 초격차를 통해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 미래를 만들자"고 '뉴삼성' 신경영을 외치는 것이나, 호황 국면을 걷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잇달아 후속인사 등을 통해 전문성과 기술 중심의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결'은 다르나, '뫼비우스 띠'로 하나처럼 연결된 셈이다. 

모두 현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상수로 기술과 혁신을 대입한 방정식인 셈이다. 이는 이 회장이 필살기인 '기술론'을 앞세워 그려갈 '세상에 없는 기술로 인류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기업'이라는 미래 삼성의 좌표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