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글로벌경제신문 안종열 기자.

 

올해 반도체 겨울은 그 어느때보다도 춥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침체로 인한 여파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이 부진했고, 전 세계 반도체 왕좌도 타 업체에게 내줬다. 이 가운데 미국 마이크론을 포함한 D램 빅3사의 기술 격차도 약 3개월 수준으로 좁혀졌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마이크론이 차세대 D램 공정인 10나노급 5세대(1b) 공정의 대량 양산 일정을 연기했다. 메모리 수요 부진이 배경이다. 앞서 마이크론은 반도체 공급 과잉 문제로 최근 D램과 낸드 플래시 웨이퍼의 투입을 20% 줄이고, 설비투자도 삭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론의 '세계 최초' 타이틀은 없어진 것이나 다름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는 호재다. 마이크론의 차세대 D램 선점 효과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져가면서다. 양사는 내년 상반기 차세대 공정 도입을 예고했다. 

마이크론과의 기술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02년부터 올해까지 D램 왕좌를 차지하고 있다. 기술 역시 1~3세대(1x, 1y, 1z) 공정에서 항상 ‘세계 최초’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마이크론이 4세대 1a D램을 양산하면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넘겨줬다. 

하지만 이번에 마이크론이 차세대 D램 양산 일정을 연기하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을 충분히 따돌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아직 빅3사의 기술 경쟁이 시작되지도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의 유무 문제이다. 

삼성전자는 업계에서 가장 먼저 EUV를 D램 공정에 적용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이천 공장에 EUV 장비를 들여놨다. 삼성전자는 최소 20여대의 장비를 생산 공정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SK하이닉스는 2대를 운용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아직 EUV를 도입하지 않았다. 마이크론이 내후년 양산하는 1c 공정부터는 EUV 장비 도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장비를 수급하는 일은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EUV 장비는 한해 60여대 정도만 생산되며, 네덜란드 ASML사가 사실상 독점 공급한다.

EUV 노광 기술은 극자외선으로 반도체에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서 이를 활용한 EUV 장비는 최첨단 고성능/고용량/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 요소로, EUV 장비 확보가 곧 사업 경쟁력으로 평가받는다. 차세대 D램 기술 경쟁의 핵심인 EUV 수급전에서 승기를 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