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이어져 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도 벌써 8개월이 흘렀다. 올해 4월 중순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과 사적모임 인원 제한 등의 방역지침이 모두 풀리면서 그동안 단축영업에 들어갔던 대형마트와 백화점, 영화관, 식당, 카페 등 대부분의 편의시설도 영업시간을 이전처럼 되돌리며 차츰 일상을 되찾아간 모양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은행만 홀로 ‘딴 세상’이다. 거리두기를 이유로 영업시간을 줄였던 시중은행들 대부분이 거리두기가 해제된 후에도 영업시간을 정상화 할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중은행의 영업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로 1시간 단축됐다. 코로나19 재확산세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되자 금융소비자와 금융노동자의 감염을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금융 노사 합의에 따라 이전보다 문을 30분 늦게 열고 30분 일찍 닫는 ‘한시적’ 단축을 결정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영업시간을 단축한 국내 16개 시중은행 모두 단축된 영업시간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기존 영업시간으로 원상복귀한 은행이 단 한 곳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르면 내년 1월부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해제될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이지만 은행의 영업시간이 정상화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못해 오히려 부정적이다. 금융 노사가 지난해 10월 임단협 과정에서 갑자기 단축된 영업시간을 되돌리는 일을 노사 간의 협의가 이뤄져야만 하는 사안으로 바꿔 놓은 뒤 정작 지금껏 논의는 지지부진한 탓이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은행과 노조 양측 모두 내심 이대로 영업시간 단축을 유지해 고착화되길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리적 의심도 뒤따른다. 주 4.5일제 도입 등 직원들의 근무 시간 단축을 요구하고 있는 노조 입장에서는 당장 은행 창구의 영업시간이 다시 늘어나는 게 달가울 리 만무하고, 비용절감 차원에서 영업점·인력 축소에 들어간 은행들도 영업시간 정상화에 목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만 처리가 가능한 은행 업무가 다수다. 결국 노사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시간을 끌고 금융당국이 뒷짐을 진 채 구경만 하는 동안 그 피해와 불편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의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

은행권 인력과 지점이 급속도로 줄고 있는 가운데 영업시간까지 줄면서 한정된 공간과 시간에 고객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해 대기 시간은 한없이 길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은행에 한 번 가려면 마음 먹고 반차까지 내야 할 정도로 시간 내기가 빠듯한 직장인들과 시간 자체가 금인 자영업자들의 원성이 특히 커질 수밖에 없다. 모바일뱅킹에 익숙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불편 가중도 심각한 문제다.

명분은 진작에 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단축영업을 고수하는 건 결국 고객들이야 불편하든 말든 오로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고객과 거리를 두겠다는 식의 ‘배짱 영업’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되지 않는다. 아니라면 불편을 겪는 소비자들을 위해 하루빨리 은행 영업시간의 정상화가 이뤄지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 은행권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금융당국이라도 나서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