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코인 시장을 평가하자면 바깥의 매서운 한파만큼이나 혹독했다. 대장주 비트코인을 비롯해 주류 알트코인들은 계단식 하락세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한때 3조 달러에 육박했던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8000억 달러 수준으로 후퇴했다.

잦은 이슈는 가상자산의 몰락을 부추겼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이 시작이였다. 전쟁 리스크로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이 돈줄을 틀어막았고 그 결과 다수의 코인 홀더들의 이탈이 이어졌다. 이후 테라·루나 코인의 몰락, 세계 3위 거래소 FTX의 파산 등 악재가 겹치면서 코인 시장은 싹을 틔워보지도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가상자산의 겨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고점 대비 80% 폭락했던 2018년 때도 그랬다. 물론 그 전 해인 2017년의 상황은 달랐다. 비트코인 광풍이 때 아닌 가상자산 신드롬을 몰고 온 것. 자고 나면 몇 백만원씩 벌리는 기이한 경험에 너도나도 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호황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에서 사상 첫 2000만원을 돌파하며 새 시대를 여는 듯 했지만, 다음해에 '가상자산 거품론'이 번지면서 거짓말처럼 폭락했다. 

코인 시장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급등과 급락의 반복이었다. 가격을 좌지우지한 것은 다름 아닌 코인의 잠재가치에 대한 관심보단 투기의 대상으로만 봤던 시선 탓이 컸다. 브레이크가 없는 코인의 변동성은 세계 각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고 이는 곧 시장 침체의 원인이 됐다.

국내 거래소도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위믹스 상폐를 기점으로 거래소들은 내부 리스크를 줄이는 데 여념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3년만 버티면 코인시장 붐은 온다'는 3년 주기의 법칙은 사실상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한다. 이미 많은 내홍과 외풍으로 인해 코인의 부정적 이미지가 더욱 짙어졌기 때문이다. 

'역할론'을 둘러싸고 과도기에 걸친 거래소들의 부담도 상당하다. 디지털자산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며 금융당국이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과 투자자들의 따가운 눈총을 민간 사업자들이 온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당국의 대응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그러나 여전히 책임지려는 자세보단 떠넘기려는 듯한 이미지가 풍긴다. 앞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가상자산 관련 법 논의를 빠르게 진행해달라"며 국회에 공을 넘겼다. 제도 개선 가능성에 대해선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법안이 구체화되면 적극 참여하겠다"는 형식적인 답변을 내놨다.

지난달 28일 김 위원장은 금융위의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자금세탁방지에 한정한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테라·루나 사태가 준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당시 사태를 키운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뒷짐 운영과 대형 거래소들의 늑장 대처에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정작 거래소들은 변하고 있는데 당국은 아직까지 제자리 걸음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말뿐인 투자자 보호보단 구체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다. 코인 시장에 봄날이 오려면 투자자 신뢰 회복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