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올해 들어 식음료 가격이 또다시 올랐다. 지난해 내내 가격이 올랐음에도 해가 바뀌자마자 또 오른 것이다. 그야말로 천장이 없는 상황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주요 식품업체들은 제품 가격을 평균 10~30% 올렸다. 가격 인상 품목도 다양하다. CJ제일제당은 찌개·비빔 양념, 동원F&B는 치즈 등, 해태제과식품은 만두, 오뚜기는 당면,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매일유업과 남양유업은 두유·컵커피 등 가공식품, 롯데칠성음료와 LG생활건강은 음료 제품 등의 가격을 올렸다.

고물가에 소비자들은 장을 볼 때 고민이 많아진다. 좀 더 싼값의 제품을 찾고, 저렴하다 싶은 제품이라도 온라인과 가격을 비교한다. 이처럼 장고 끝에 결정한 제품이라도 계산대 앞에서 빼버리기 일쑤다. 

지난해엔 가격 인상 요인이 명확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장기화로 인한 원·부자재 가격 급등이 그것이다. 국내 식품업체 대부분이 원재료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것을 고려하면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난해 4월부터 국제 곡물가는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말 배럴당 80달러가 넘던 유가도 올해 들어 70달러대로 떨어졌다. 제품 가격도 떨어져야 할 것 같은데, 되려 올랐다. 

이에 대해 식품업체는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한다. 업계는 지난해 가격 인상에도 늘어난 비용 부담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지난해 오른 원부자재 인상 여파가 올해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통상 식품업계는 원재료를 선도계약해 3~6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가격 변동 영향이 나타난다. 지난해 비싸게 들여온 원재료를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제품 가격에 변동이 생긴다는 것.

뿐만 아니라 새해 들어 인건비가 올랐고, 전기·가스·수도처럼 각종 제반 비용 상승도 잇따르고 있어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주장이 소비자들에겐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실제 주요 식품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인 CJ제일제당의 경우 지난해 3분기 누계 식품사업 전체(글로벌+국내) 영업이익은 11.1% 늘었지만, 국내 식품사업만 떼어놓고 보면 전년대비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8%, 1.2% 줄었다. 

식품업체들 나름대로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상 폭을 최소화하는 형태로 제 살을 깎아가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내수 시장의 경우 글로벌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올해 전망도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와 식품업계가 각각 부담을 짊어지는 식으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다다랐다. 법인세 한시 감면 등 정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