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게임을 뜻하는 'P2E'(Play to Earn).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을 게임에 접목시켜 한때 '게임의 미래'를 이끌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개념이다. 그러나 2023년 오늘 P2E 열풍이 식어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국내 P2E의 태동기는 2021년이었다. 선발주자인 위메이드가 미르4 글로벌 버전을 통해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자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새로운 기류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후발주자로 컴투스, 넷마블 등 국내 게임사들은 자체 토큰을 앞세워 블록체인 게임 등 변화를 모색한 것.    

비슷한 말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P&E(Play and Earn), P2O(Play to Own), C2E(Creat to Earn) 등등. 국내 게임사들은 시장의 패러다임을 이끌기 위해 저마다 새로운 용어들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사업 2년 차에 접어든 지금, 유의미한 성과는 발견되지 않는다. P2E 게임을 비롯해 블록체인 사업을 가열차게 추진했던 게임사들은 지난해 번번히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고배를 마시는 중이다. 

국내 규제도 여전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지난 13일 스카이피플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를 상대로 낸 등급분류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 대체불가토큰(NFT)이 사행성 경품에 해당한다는 판단이 적용된 탓이다.

해외 시장의 관심도 식어가는 분위기다. 블록체인 게임 얼라이언스(BGA)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P2E가 블록체인 게임의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응답은 22.5%에 그쳤다. 2021년 보고서의 경우 응답자의 67.9%가 P2E를 꼽은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대조적이다.  

이번 조사가 블록체인 분야의 252개 프로젝트 또는 기업을 대표하는 347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P2E의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은 나름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P2E의 하락세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첫 번째는 가상자산 시장 침체기로 게임사 토큰이 급락한 것이 꼽힌다. 토큰의 가치 하락으로 굳이 P2E 게임을 찾아서 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두 번째도 특별함의 부재다. P2E 게임이라면 참신한 요소가 담겨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기존 게임과 다를 게 없거나 오히려 게임성이 부족하다고 유저들은 지적한다.

P2E의 가치는 게임의 경제 시스템에서 창출된다. 다양한 게임 플레이를 통해 축적된 재화를 현금화할 수 있으며, 유저가 게임 내외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는 개념에 있다.

그러나 음지에 있던 영역인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다소 신선할 수 있으나 이것을 게임의 본질인 재미와 연관 지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또 기존 게임 내에 존재하는 거래소와 비교해 접근성 면에서 크게 혁신적이라고 볼 수도 없다.

올해 국내 게임사들은 공통적으로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달고 있지만, 궤를 달리하는 모양새다. 한쪽은 주류였던 모바일 게임에서 벗어나 콘솔·PC 등으로 플랫폼을 확장하고 있다. 또 수익성 좋은 MMORPG만이 아닌 루트 슈터, 소울라이크 등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중이다.

다른 한켠에선 P2E 게임을 고집하는 게임사도 많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P2E 게임이 글로벌에서 통하려면 기존 IP와 게임성에 P2E를 더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앞서 블리자드가 NFT·P2E 도입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자, 유저들에게 호되게 혼난 것은 유명한 일화로 꼽힌다. 국내 게임사들은 이들의 편견을 깰 만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셈이다. 해외 시장에선 P2E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