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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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2023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필수의료 분야 확충을 위한 방안으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조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월 8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11월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공의대 신설 법안에 합의를 이루지 못한 사실와 관련해 같은달 15일 복지위 소속 의원 전원에게 공공의대법 제정에 대한 찬반 의견과 정기국회 내 어느 단계까지 진행돼야 하는지를 물었다. 

이에 경실련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모두 답변을 하지 않았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의사 출신인 신현영 의원만 답변을 거부했으나 정의당 의원과 함께 대부분 공공의대법에 찬성했다는 질의에 답한 개별 의원 대상 찬반 조사 결과까지 공개했다. 

경실련은 이같은 결과를 공개하며 “의사 부족과 의료 공백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로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의사 눈치보기'로 입법을 주저하는 국회의원이 누구인지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결과를 발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경실련은 “코로나19 확산, PA 간호사의 불법 진료와 대리 처방,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 등 필수·공공의료의 공백이 목격되고 있다”며 “현행 (의사) 양성체계로는 지역과 진료과목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경실련의 '의대 증원 추진' 주장과 공공의대법에 찬성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의 동조는 정치가 인간이 관여하는 생물(生物)인것처럼 의료 행위도 의사가 주체가 되는 생물인 것을 외면한 채 비전문가의 근거없는 주장이자 진료 현장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 없이 과장해서 말하는 침소봉대 (針小棒大)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이에 기자는 의대 증원 추진을 주장하는 경실련과 동조하는 일부 국회의원들에게 “국민의 의견을 국정에 다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 현실을 국회의원의 대폭적인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라고 묻고 싶다.

마찬가지로 "국내 지역별 의료격차와 전공의별 의료 인원의 부족이 의대 증원 추진으로 의대생만 늘려 의사수만 증원한다고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자료 없는 논리의 비약적인 결론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실례로 의대 증원에 동의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공공의대 신설 법안에 대해 11월 23일 “현재 의사 부족의 근본적 문제는 절대적 총량의 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라고 말했다.

객관적인 자료의 제시나 현직 의사나 의대 교수의 언급을 인용하지도 못한채 국회의원이라는 공인으로 '중론(衆論)' 즉 여러 사람의 생각 또는 의견이라고 막연하게 또 무책임하게 주장한 셈이다.

앞서 이러한 주장에 반론하는 의협이 제시한 자료를 인용하면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명에서 2070년 3,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반비례해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매년 3,200여명이 추가로 배출되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보건복지통계연보를 보면 2020년 우리나라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연평균 2.6% 감소율)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으로 가까운 장래에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하는 상황인 셈이다.  

또한, OECD 건강통계(OECD 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나(OECD평균 5.9회) 현재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다.

경실련이 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치료가능사망률(AM, Amenable Mortality Rate)’의 경우 2021년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료가능사망률(AM)은 42.0명(OECD 평균 74.4명)으로 2019년 통계가 보고된 OECD 32개국 중 스위스(39.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인구 1000만 명 이상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다(1위).

더 더욱 우리나라 광역시도별 치료가능사망률을 보면 전국 평균이 41.83명이며 서울이 36.36명으로 가장 낮고 충북이 46.95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우리나라에서 치료가능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의 수치는 OECD 5위 수준에 해당되어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질 지표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결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 및 의료접근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의사가 부족하다는 경실련의 주장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며 통계자료를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경실련이 예를 들어 주장하고 있는 지방의료기관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울러 지난해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사건은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구조적 문제점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문제점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저수가 문제,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 지원 대책 부재로 인해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고 필수의료 분야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협은 “필수의료 및 지방지역 기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리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해당 분야의 기피현상은 해결되지 못한 채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 및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부족 문제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제대로 된 의사인력 수급 정책 부재와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급했듯이 의료 행위가 의사가 주체가 되는 생물이라는 사실에 근거해 현재 국내 의료 환경의 지역 및 진료과목 간 불균형 문제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간과하고 특정분야 및 특정지역 의사 수가 부족하니 단순히 총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거나 무리해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단편적이고 무책임한 방안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의사 수 증가가 아니라 국가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취약지역과 기피분야에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충분한 보상·처우개선과 같이 유인기전을 마련하고,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문제 해결의 핵심이자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