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국회 기자회견 현장/사진=국립중앙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국회 기자회견 현장/사진=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로 인한 3년간의 팬데믹으로 국가적 의료 비상 사태 맞아 희생하며 국민에게 정상적인 생활을 가져다 주는데 혁혁하게 공헌한 국립중앙의료원(NMC)의 신축이전의 대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일방적인 예상 삭감으로 국가감염병 전담 병원의 기능 축소가 우려되고 있다. 

신축 이전하는 국립중앙의료원은 원래는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증외상센터 100병상 등 총 1050병상 규모였다.

하지만 기재부는 총사업비 조정을 통해 본원 526병상, 중앙감염병병원 134병상, 중증외상센터 100병상 등 전체 760병상으로 대폭 축소했다. 총사업비 역시 1조 1653억원에서 7216억으로 삭감 조정됐다.

◆서울시, 2020년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및 중앙감염병전문병원 확대 설립 제안

국립중앙의료원은 6.25전쟁 이후 외국의 원조를 받아 1958년에 개원하여 한때 840병상까지 운영하며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가중심병원으로 역할을 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 병원이 노후화되면서 비좁은 공간 등으로 20년간 논의 끝에 인근 방산동으로의 이전이 확정됐다.

국립중앙의료원(NMC)의 신축이전의 결정적인 계기와 시기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국내에 창궐한 2020년 4월 28일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기자회견이다.

앞서 2002년 사스 유행, 2009년 신종플루 사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연달아 겪으며, 감염병 전문병원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공감해 2017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할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음에도 아무런 진척 없이 코로나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에 박 시장은 심각하게 노후화된 ‘국립중앙의료원’을 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의 미군 공병단 부지로 이전함과 동시에 ‘부설 국립중앙감염병 전문병원’과 제대로 된 ‘국립외상센터’를 함께 건립해 줄 것을 복지부와 국방부에 제안했다.

이러한 결정에 대해 국민은 물론 국내 의료 전문가 및 병원 관계자들도 과감한 결단이고 지난 17년 동안 표류해 온 국립중앙의료원 이전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 해법이자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의 수도권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국가 공공병원의 감염병 대응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02년 사스·‘09년 신종플루·’15년 메르스·‘20년 코로나..연이은 국가 의료 비상사태 발생

실제로 2015년 메르스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국가감염병 전담 병원이 부재해 메르스 사태 발생 초기에 감염환자들이 삼성서울병원 등을 이동해 진료를 여러 곳에서 받았던 의료쇼핑으로 감염 환자가 대량으로 발생한 것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이에 국내 의료수준이 상위급이라고 인정했던 미국 및 서유럽 국가들은 한국에서의 메르스 대량 감염 확산에 대해 믿지 못했고 그 원인에 대해 주요 CNN 및 BBC 등 해외 언론은 분석 기사를 심층 보도해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

◆국내 코로나19 감염자 속출에도 국가감염병 전담 병원 부재..서울대병원내 확진 2번 발생

하지만 마지막인줄 알았던 메르스 사태이후 2020년 1월 20일  코로나19가 첫 확진자 국내에 발생해 팬데믹으로 그 감염 규모나 기간은 대한민국 건국 이래 최대였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국가감염병 전담 병원이 없어 감염환자가 국내 대형 3급 병원으로 이송 후 방역되어 치료받다가 그 병원내에서 감염환자가 발생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에 국립병원인 서울대병원에서 감염환자가 2번이나 발생해 병원 의료진과 직원이 비상 사태를 맞았고 입원한 어린이병원의 환자 및 외래 환자들도 위기에 내몰렸다.

이러한 의료 비상사태를 맞아 국립중앙의료원도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2015년 메르스 위기 때는 기존 환자 진료를 모두 중단하고 메르스 환자들을 위해 전 직원이 총력 대응했다. 메르스 사태로 텅 비웠던 병상이 어느 정도 채워질 무렵 다시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국립중앙의료원은 기존 환자들을 또 내보내고 병원을 비우며 코로나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실제로 코로나19 기간에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한 기자는 병원 내 24시간 긴장된 분위기가 느껴지듯 환하게 병실 내 불이 꺼지지 않은 채 의료진이 비상사태로 묵묵히 철야 근무를 마다하지 않은 것을 목격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의 발표대로 국립중앙의료원 직원들은 하루빨리 현대화 사업을 진행해 제대로 된 국가중심병원이 되기만을 고대해왔다. 

이러한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었다고 신축이전에 대한 약속을 하루아침에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국립중앙의료원이 배신감을 넘어 분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기재부의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 이용률” 주장과 예산 축소 근거의 '부적절'

특히 기재부가 국립중앙의료원 축소 이전을 결정한 근거가 잘못됐다. 기재부가 축소 이유로 조세재정연구원에 의뢰한 보고서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 이용률 (2016~2019, 4년 평균 약 70% 수준)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하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은 해당 자료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의 평균 병상가동률을 조사한 것"이라며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병원 문을 닫고 치료에 전념해 환자 수가 급감한 상태에서 환자 수가 회복되던 시기의 평균을 내고 병상가동률이 낮다고 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립중앙의료원이 2015년에 민간병원으로 가기 어려운 취약계층 환자들까지 억지로 내보내며 메르스 대응을 하도록 일반 환자 진료를 위축시킨 정부가 이를 근거로 투자를 제한한다는 것이 더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기재부 토론회 돌연 불참 통보 “비겁한 행동 넘어 무책임과 안일함”

국립중앙의료원 신축이전의 축소는 기재부의 국민 안전에 대한 무책임과 감염병전문병원의 사회적 가치를 외면하는 안일함은 지난 9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필수중증의료 위한 국립중앙의료원 발전방안' 주제로 개최된 토론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정작 예산 축소 당사자로 참석하기로 했던 기재부 총사업비관리과 관계자는 보건복지위 여당 국회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임에도 일방적으로 불참했다.

또한, 이날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이소희 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본원과 감염병전문병원 병상 축소는 전문의 부족으로 진료역량을 약화시키고, 진료과 부족으로 경쟁력도 떨어진다. 이에 의료비용 손실에 따른 진료기능 재투자 역시 감소할 것"이라며 "공공병원의 컨트롤타워와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800병상 수준의 적정병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단순히 확장해 새 건물로 가겠다는 것이 아니다. 감염병 사태에서 드러난 과거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거듭나겠다는 의미"라면서 "미충족 필수의료와 취약층 안전망, 지방의료원 중심의 3차 병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재부 경제 논리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 김연재 센터장은 “메르스 이후 2017년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지정되어 컨트롤타워 미션인 교육과 훈련을 수행해왔다”며 “감염병병원을 운영에 필요한 간호인력을 위해 본원이 일정 규모 이상이 돼야 한다. 지금과 같은 526병상 규모에서 중앙감염병병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 역할 위해 병상 확충 필수..축소는 매번 국민만 피해  

실제로 국가적 감염 사태가 연이어 계속 발생하는 상황에서 방역체계 개편이 이어졌지만,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고 정부는 코로나 사태로 수 조원을 날리고 손을 놓고 있다. 

이에 대해 토론회에서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지난 2015년 3개월 유행했던 메르스로 GDP 9조원의 손실을 입었다. 또한 코로나19 대응으로 지난해까지 지급된 병상에 대한 손실보상액만 7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지 민간병원에 음압병상 추가와 전담인력 의무화로 간신히 버텨왔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제대로 된 국가 방역체계가 있다면 민간병원을 동원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은 기재부가 축소한 규모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기대하는 감염병전문병원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며 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정부가 세계 수준의 감염병병원 건립과 국립중앙의료원을 필수중증의료의 중앙센터와 지역 공공병원의 3차병원으로 육성하겠다고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