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금리 상승의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수수료 수익 등 비이자이익은 급감했지만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불황 속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예외는 아니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6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어 연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은 국내 인터넷은행 1호 케이뱅크도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만 해도 71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0% 늘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순이익(225억원)의 3배가 넘는 수치다.

지난 2021년 10월 후발주자로 뛰어든 토스뱅크는 사업 초기 투자비용 발생 등으로 아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으나 지난해 1분기 654억원, 2분기 589억원, 3분기 476억원으로 분기별 적자폭을 줄이며 실적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호실적 배경에는 가파른 기준금리 상승 외에도 금융당국의 요구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을 30~40%까지 확대한 점이 주효했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여파로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년 사이 16조원 넘게 줄어든 것과 대조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주력한 인터넷은행의 여신 잔액은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현재 인터넷은행을 바라보는 금융권 안팎의 시선은 수익성에 대한 기대보다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늘리는 과정에서 이자이익이 크게 늘어난 건 긍정적이나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상환 여력이 악화되면서 반갑지 않은 ‘연체율 상승’의 청구서까지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연체율은 2021년 말 0.22%, 지난해 1분기 말 0.26%, 2분기 말 0.33%, 3분기 말 0.36%, 4분기 0.49%를 기록하며 상승 곡선을 그린다. 연체율이 1년 새 0.27%포인트(p) 오른 것이다. 더욱이 4분기에만 전분기와 비교해 0.13%p 오르며 상승폭이 크게 확대된 모습이다. 케이뱅크의 연체율도 2021년 말 0.41%에서 지난해 3분기 말 0.67%로 0.26%p 상승했으며 토스뱅크의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 0.04%에서 지난해 3분기 0.3%로 0.26%p 뛰었다.

문제는 올해도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더 늘려야 하는 추가 숙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토스뱅크가 금융당국에 제출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44%이며,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각각 대출 비중을 30%, 32%로 맞춰야 한다.

금리 상승에 따른 취약부문 부실 위험에 대비해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금융취약계층 포용’이라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은 계속 늘려야 하는 딜레마를 마주하고 있는 셈이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는 없다. 인터넷은행들은 결국 중·저신용자 대출 달성 목표 기준을 완화해 줄 것을 금융당국에 요청 중인 상태다. 이에 대한 금융당국의 최종 답이 어떻게 나오든지 지난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최우선 과제였다면 올해는 건전성 관리를 가장 중심에 둬야 하는 것만은 기정사실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