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배달의민족이 편의점 상비약 배달과 관련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과 관련해 약사회와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약사회는 의약품 오남용 우려와 함께 배달의민족이 향후 전문의약품 배달 시장까지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배달의민족은 소비자 편의성에 중점을 둔 것뿐인 서비스라는 입장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사업자가 어떤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 제한) 하에서 시장에 우선 출시해 시험·검증할 수 있도록 현행 규제의 전부나 일부를 적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에는 약국 이외에는 의약품 판매가 불가능했지만, 2012년 11월 약사법이 일부 개정되면서 약국이 문을 닫는 공휴일과 심야 시간대의 의약품 구입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안전상비의약품 약국 외 판매 제도가 시행됐다. 이에 편의점에서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파스류 등 13개 품목 판매가 가능하다.

약사회는 '의약품은 규제특례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사업의 효과성을 실험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것이다. 또 이미 전문성을 갖추고 비대면 진료의 주요 주체로 활동하는 단체가 있는 상황에 상업적인 목적만을 갖고 관련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배달의민족은 상비약 배달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 편의성에 중점을 둔 서비스라고 설명한다.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비약을 대상으로 배달만 하는 만큼 몸이 불편하거나, 거리에 의해 필요할 때 구입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도 반반으로 나뉜다. 상비약이 평상시에도 흔히 사용하는 약인 만큼 필요할 때 배달이 가능하다면 편리할 것이라는 입장과 배달의민족 측에서 주장하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얼마나 배달을 이용하겠느냐는 입장이다.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정부는 약 배달을 반드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박민수 복지부 차관은 최근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해 "약 배달까지 같이 갔으면 한다"거나 "약 배달이 빠지면 국민들이 불편해하고 모든 비난이 약사회로 갈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약 배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삶이 크게 변하면서 보건과 관련한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 실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 포함해 칠레, 체코, 에스토니아, 스위스, 튀르키예 등 6개국을 제외한 나라는 비대면 진료를 도입했고, 그중 25개국은 법제화를 완료했다. 이와 함께 미국·일본 등 주요 국가는 약 배달 역시 시행 중이다. 약 배달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트렌드인 것이다.

소모성 논쟁을 접고 약사회와 배달의민족이 함께 약 배달 서비스에 대해 전문성에 기반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약 오배송이나 변질에 대한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확실히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는 등 노력을 통해 다가오는 변화에 발맞춰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