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만 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급여명세서로 얻는 행복감도 잠시뿐. 겹겹이 쌓인 각종 요금 고지서에 이내 표정이 어두워진다. 월세, 난방비에 통신비까지 나갈 것들만 태산이다.

한 사람만의 문제는 아니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등 삼중고에 국민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분명 겨울은 끝나가고 있는데 일상 속 분위기는 찬바람이 이는 듯하다.

허리띠를 조여 절감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외식비는 줄이거나 값싼 곳으로 선택지를 달리할 수 있다. 난방은 꺼놓고 두꺼운 옷을 겹겹이 입어 해결하면 된다.

일상에서 밀접한 통신 영역은 어떨까. 통신 서비스는 사실상 대체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통신 3사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이마저도 3사 간의 요금제 가격 차이는 크지 않아 선택권이 제한적이다.

흔히들 말하는 '절약 정신'도 통신 서비스에선 통용되지 않는다. 통신 요금제는 월정액 형태로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데이터 사용량을 줄인다고 해도 다음달에 이월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대다수 국민들은 비싸다고 알려진 5G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5G 가입자 수는 전년 동월보다 714만4000여명 증가한 총 2805만9000여명이다.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5G 가입자인 셈이다.

그렇다면 5G 요금제의 경우 요금 절감이 가능할까. 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통신사로 개통한 대다수 고객은 고가의 단말기 구입과 함께 약정에(선택약정 할인) 묶여 있다. 저렴한 요금제를 갈아타게 되면 자연스럽게 단말기 할인율도 적어지는 구조다. 혜택을 보기가 여간 쉽지 않다.

고객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 단계 아래 통신 세대인 LTE에 알뜰폰을 결합하는 것도 기존 통신 3사의 5G 요금제에선 대안이 없다는 것을 방증한다. 사실상 기 출시된 요금제에선 소비자 후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대안책으로 5G 알뜰폰 시장을 키운다고 밝히면서 통신 3사에겐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하라고 엄포를 놨다. 고착화된 시장 구도를 깨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고 선택권을 강화해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압박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던 통신사들도 조금씩 변화하는 모양새다. 잇따라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한 데 이어 온라인 요금제도 개편했다. 데이터 구간을 늘림과 동시에 기존 위약금 문제 등 가입조건을 완화해 고객 선택권을 늘린 것이다.

최근 LG유플러스가 선보인 온라인 요금제의 경우 가족결합 할인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받기도 했다. 할인을 최대한 받으면 기존 월 6만원대 요금제를 월 4만원대까지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조건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우선 19~29세 고객이 대상이며 4월 말까지 가입해야 하고 가족결합을 묶어야만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실적을 썼다. 그러나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곱씹어 봐야 한다. 5G 품질 논란을 계속되고 있지만, 통신 3사가 망 투자 설비는 줄이고 신사업 행보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삶에서 '통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말할 것도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통신과 금융 영역을 두고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다"며 고통 분담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는 것도 이를 대변한다.

통신사들은 요금제 설계에 있어 고객이 실질적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원점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데이터당 요율도 다시 들여다 볼 필요성이 있다. 요금제 구간에 따라 달리 책정돼 합리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고려해야 한다. 

요금제에서 생색내기는 국민 일상에 도움보다는 피로감만 더할 뿐이다. 향후 출시될 요금제는 고객의 요구사항이 제대로 담겨있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