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사진출처=연합뉴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사진출처=연합뉴스

복지위 여야 간사는 21일 열리는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심의하기로 지난 17일 합의했다.

법안소위 심의 안건으로 추가된 '비대면진료법'(의료법 개정안)은 3건으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 의원이 각각 발의했다.

◆비대면진료법  “대면 진료 보조 수단,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재진만 허용” 한정 

이러한 세가지 법안은 비대면 진료와 관련해 조금씩 다른 내용을 담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의원급 중심의 비대면 진료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환자 중심 등을 골자로 담았다. 

이에 의료계와 보건복지부가 합의한 비대면 진료 기본 원칙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도 지난달 의료현안협의체 회의에서 대한의사협회 제안인 비대면 진료를 재진환자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수용했다.

결국 국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 보조 수단으로 활용 ▲의원급 의료기관 위주 실시 ▲비대면 진료 전담의료기관 금지 등의 내용에 대해 합의했다.

◆초진환자 제한, 의료계“안전성 등에 의사 책임론” vs. 산업계 “90%가 비대면진료 사용 못해 업계 고사” 

하지만 주목할 내용은 의료계와 산업계가 첨예하게 입장을 달리하는 재진환자 중심의 운영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비대면으로 초진을 할 경우 환자에 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불완전한 시진과 청진만으로 질병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안전성 등을 이유로 비대면 진료를 재진환자에게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욱이 오진에 대한 책임은 전부 의사가 부담해야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산업계는 초진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산업계는 중증질환의 경우 대면 진료가 중심이 돼야 하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비대면 진료 앱 이용자 대다수가 감기 등 경증질환인데 중증질환이나 만성질환자 중심으로만 제도를 설계할 경우 대다수 국민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15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에 따르면 플랫폼을 이용해 처음으로 비대면진료를 받은 이용자들의 99%가 초진 환자이라고 반박했다.

이러한 배경으로 산업계가 주장하는 초진이 업계의 매출과 직결되어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경우 여전히 대다수가 영세기업으로 재진으로만 이용자를 한정할 경우 기업이 존폐 위기에 몰려 고사 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비대면 진료 산업도 크게 위축될 것이기 때문이다.

◆약배달 문제 등 갈등 존재..산업계 일방적 배제와 희생은 토사구팽에 국민 건강 위협

또한, 이번 법제화안에서는 의료법 개정안만을 다룰 예정이고 약 배달과 관련된 논의는 포함되지도 아직 구체적으로 시작되지 않아 또 다른 논란의 불씨로 남겨졌다. 현재는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가 허용되어 지금은 플랫폼에서 약까지 배송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한약사회 등 약사단체는 약 배송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역약국이 위축될 수 있고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원산협의 주장은 직접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좋은 진료를 받는 게 비대면진료의 핵심이라며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고 약국은 대면으로 가는 게 합리적인 정책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또한 원산협은 비대면진료에 대한 국민의 수요가 있어 법안을 준비하는건데 보건복지부가 왜 산업계와 이야기를 나누지 않았는지 의문이라며 지금 정부안대로라면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제2의 타다’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결국은 팬데믹에서 정상적인 진료와 의료체계를 유지하도록 공헌했던 비대면진료 플랫폼은 초진도 약 배달도 서비스하지 못한채 고사될 운명이다. 이에 토끼가 죽으면 토끼를 잡던 사냥개도 필요 없게 되어 주인이 삶아 먹는다는 토사구팽 (兎死狗烹)의 운명에 처했다.

더 염려되는 것은 제 2의 팬데믹이 재발한다면 향후 그 누가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재개해 국민 건강을 지킬지 걱정이 앞선다.

이에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서 의사의 초진도 어느 정도 진행되었던 것에 근거해 산업계와 국민에게 초진에 대해서도 일정 질환에 대해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채널을 허용해  향후 팬데믹 재발에 대비하고 정부·의료계·약사단체와 산업계가 상생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현명한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