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년간 MMORPG를 재밌게 즐긴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특히 모바일 플랫폼으로 신작이 출시되면 더더욱 망설여진다. 빠른 성장을 위해 구현된 자동전투, 세계관은 중세, 비주얼은 실사풍, 뽑기 그리고 뽑기. 이제는 굳이 플레이하지 않아도 예상이 가능할 정도다. 

이름만 들어도 다 알법한 대형 IP들도 예외는 없었다. MMORPG 앞에 모바일만 붙으면 모든 게임들의 특색이 사라지는 기이한 현상이 발견된다.

최근 출시한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아키에이지 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실제 플레이를 해보면 이른바 '말뚝딜'이라 불리는 전투 방식, 반복적인 퀘스트, 탈 것·펫, 도감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기존 게임들과의 유사성이 확인된다.

일부 UI와 아이템 디자인에선 '리니지 아니야?'하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게임의 유료 재화가 '다이아' 모양을 띄고 있는 것부터 시작해 강화주문서(젤·데이), 가속물약(용기의 물약) 등에서 리니지의 색채가 뚜렷히 느껴진다.

아키에이지 워는 사전예약자만 200만명을 끌어모을 정도로 출시 전부터 기대가 컸던 게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개발 지휘봉을 잡은 이가 '리니지의 아버지'라 불리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였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과거 PC 온라인 게임의 서막을 알린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를 탄생시킨 유명 개발자 출신이다. 오늘날의 '리니지 라이크'가 비판적인 단어로 많이 쓰이지만, 당시 리니지는 혁신 그 자체였다.

리니지는 필드 사냥, PVP, 공성전, 혈맹, 길드 개념을 정립했으며 이후 변신, 펫 등 현재의 모바일 MMORPG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들을 구현했다.

MMO 장르는 다년간에 걸쳐 많은 변화를 거듭했지만, 바뀌지 않는 하나의 가치가 있다. 바로 '모험'이다. 잘 짜여진 배경과 매력적인 스토리 라인은 플레이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고 게임 속 세계에 빠져들 수 있도록 돕는다.

플랫폼은 다르지만, 현재 글로벌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14', '로스트아크'를 보면 공통적으로 세계관 구축과 스토리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BM도 마찬가지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와 파이널판타지14가 확률형 아이템 없이 월정액제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볼 필요가 있다. 돈으로 경쟁에선 이길 순 있어도 모험의 재미를 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바가 아닐까. 

리니지 출시 25년이 지난 지금. 국산 MMORPG가 그리는 미래 청사진이 선뜻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픽과 스케일 등 덩치는 커졌지만, 게임성에서는 크게 변화된 모습을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모바일 옷을 입고 난 뒤부터는 지나치게 강화된 P2W(Pay to win) 요소는 게이머들의 반감만 사고 있다. 핵과금에 의한, 핵과금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라는 자소 섞인 비판까지 나올 정도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내수용이라는 논란에서 벗어나 국산 MMORPG가 글로벌로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멀리 볼 필요성이 있다. 당장에 수익을 쫓기보단 게임 내에서 보다 다양하고 혁신적인 시도가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