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내 파괴적 혁신으로 돌풍을 일으킬 것인가, 소리만 요란한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끌어안고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벌써 6년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그 답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

2017년 4월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고 같은 해 7월에는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개시했다. 1992년 설립된 평화은행 이후 25년 만에 1금융권 신규 은행의 등장이었다. 당시 케이뱅크는 ‘내 손안의 첫 번째 은행’, 카카오뱅크는 ‘같지만 다른 은행’이라는 슬로건을 각각 내걸었다.

기존 전통 은행들과 달리 오프라인 지점이 없이 계좌개설, 예·적금 가입, 대출신청 등 모든 은행 업무를 오직 인터넷·모바일 등 비대면으로 처리하는 구조로 365일·24시간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의 정체성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같은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 안에서 기존에는 없던 혁신성을 보여주겠다는 포부가 내포돼 있다.

통장 하나를 만드는 데도 영업점 창구를 직접 방문해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는 것이 디폴트(기본값)로 여겨졌던 당시만 해도 언제 어디서든 손가락 몇 번의 터치로 은행 업무가 가능한 인터넷은행은 등장만으로도 분명한 혁신이었다.

물론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앱을 운영 중이었지만 너무 많고 또 너무 무거운 게 탈이었다. 그럼에도 제공되는 비대면 서비스 영역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한 마디로 불편했다. 당연히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을 리 만무하다.

결국 모바일·인터넷 환경에 친숙한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고객을 빨아들이는 인터넷은행의 초반 기세에 위기의식을 느낀 시중은행들도 떠밀리듯 ‘디지털금융’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한 은행당 기본 10개 이상, 많게는 20개 가까이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던 모바일 앱들을 하나로 통합하고 이용 절차는 간소화했다. 인터넷은행의 출현이 그동안 소홀히 했던 비대면 기반의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데 힘쓰는 분명한 계기된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평가는 엇갈린다. 고착화된 은행산업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메기 역할의 임무를 부여받고 시장에 투입됐으나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끌어내진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하면서부터는 더더욱 다른 시중은행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졌다는 지적을 받는다.

무점포·저비용 구조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시중은행보다 좋은 금리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출범 초기 반짝 효과에 그쳤고, 설립 취지인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공급 확대도 당국이 이행 실적을 본격적으로 관리·감독하기 전까지 기대만큼 부응하지 못했다. 오히려 고신용자 쏠림 현상이 두드러져 지적받기 일쑤였다. 플랫폼 기반 금융서비스 혁신보단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장사에 치우친 수익구조도 기존 은행과 닮은꼴이다. 대형은행을 견제하기엔 체급은 아직도 월등히 밀린다.

은행권을 둘러싼 ‘이자장사’와 ‘성과급 등 돈잔치’ 논란을 계기로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업 과점 해소를 위해 본격적으로 칼을 빼들었다. 당국은 5대 은행 중심의 견고한 과점체제가 혁신보다는 이자수익에만 안주하는 보수적인 영업행태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본다. 이에 지난달부터 은행권·학계·법조계·소비자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 모색에 한창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인터넷은행의 역할이 재부각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터넷은행이 ‘혁신 촉진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 등 다각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치고 있다.

현재 인터넷은행이 처한 환경이 그다지 호락호락하진 않다. 중·저신용자 대출 활성화 등 포용금융 확대와 건전성 유지 사이에서 시름하고 있으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초고속 파산을 부른 ‘스마트폰 뱅크런’ 우려에 안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기회는 주어졌다. 2021년 10월 출범한 토스뱅크를 포함해 인터넷은행 3사 가입자 3000만명 시대. 인터넷은행은 돌풍을 일으킬 것인가, 그저 그런 미풍에 그칠 것인가. 다소 무뎌진 혁신성을 재정비해 누구도 이견을 달수 없는 금융권 내 진정한 ‘메기’로 거듭남으로써 이제는 그 답을 명백히 내놔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