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기자
김현우 기자

아모레퍼시픽의 고급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의 변화에 대해 일부 비난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방 화장품이라는 정체성을 가졌음에도 패키지에 영어가 강조되는 바람에 주요 고객층인 5060세대의 불편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북미 시장 강화를 위해 설화수의 리브랜딩을 진행 중이다. 최근 스테디셀러인 '윤조에센스 6세대'를 새롭게 선보였는데, 용기 디자인에 큰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황금색을 사용한 고급스러운 느낌의 유리병에 '雪化秀(설화수)'라는 표기가 있었지만 6세대에는 새로운 상징색인 주황색으로 적힌 'Sulwhasoo(설화수)'가 강조되고 있다. 설화수라는 표기는 단번에 확인하기 어려운 측면부에 조그맣게 위치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는다. '간결해진 디자인 탓에 고급스러움이 감소해 선물용으로 부적절해졌다'거나 '영어만 적혀 있어 나이 드신 소비자는 사용이 어려울 것 같다', '젊은 사람들도 영어만 적힌 제품 질색하는데 어르신들 구분되시겠냐'는 등의 지적이 나온다.

이에 아모레퍼시픽은 더 다양한 시장과 고객을 목표로 젊은 감각을 강조했다는 입장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주장에 대해 공감은 한다. 국내 시장의 변화로 기존 '선물용'으로의 인기는 시들해져 가고 있고, 최대 해외 시장인 중국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성장으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악화된 가운데, 설화수가 살아남기 위해선 기존 이미지를 깨는 수준의 큰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영어가 대문짝만하게 적힌 패키지를 바라보면 아쉬움만 남는다.

아모레퍼시픽이 가독성을 높여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업의 책임을 져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