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의 KT 흔들기를 멈춰라!" 

3월 31일. KT 주주총회 현장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떨어진 주가에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힐난과 정부와 정치권 외압을 반대하는 주주들의 울분에 찬 목소리가 뒤섞였다.

현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도 썩 좋지 못했다. 미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할 '주총'은 사외이사 후보 3인의 줄사퇴로 반쪽짜리라는 비판에 휩싸였고 디지코 성과로 애써 끌어올린 주가는 이날 52주 신저가를 찍으며 깜깜한 KT의 현 분위기를 대변하는 듯 했다. 

외압의 칼날은 실제로 KT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냈다. 이사회는 사실상 해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고 수장이 없는 빈자리는 여전히 크게 느껴진다. 박종욱 직무대행이 임시 선장으로 키를 잡았지만, 대표선임·이사회 재구성 등 지배구조 개선의 숙제는 남아 있어 풍랑은 계속 일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KT는 현재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5일 뉴 거버넌스 TF를 본격화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외부 전문가 5인을 꾸려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을 점검하고 문제로 지목된 지배구조를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사회·대표직 인선까지 약 5개월의 긴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KT가 올해 준비 중인 사업 전략은 이미 동력을 잃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실제로 경쟁사들은 이사회 정비를 마치고 올해 사업의 밑그림을 완성한 상태지만, KT는 여전히 출발선에 머물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통신업은 미래 먹거리인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메타버스, 로봇, AI 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에는 디지코 사업을 펼치고 있는 KT가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KT 흔들기가 지나치면 자칫 국가적 손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이유로 차기 대표 자리에는 반드시 통신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 여권이 꽂은 낙하산식 인사는 KT와 국가의 앞날에도 득이 될 게 전혀 없다. 

자유 시장 경제의 원칙을 강조한 대통령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민영화 된 지 20년이 지난 기업을 정부가 쥐락펴락하는 것이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 시장 경제의 가치인지 의심스럽다. 이권 카르텔을 비판하기 전에 정권 카르텔 역시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