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올해 7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극장에 오른다. 박 전 시장은 3년 전 여직원을 성폭행 한 혐의로 피소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런데 이 다큐는 사실상 박 전 시장을 옹호하는 취지의 영화라 자칫 2차 가해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

이달 2일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은 '첫 변론'이란 제목과 더불어 '세상을 변호했던 사람 하지만 그는 떠났고, 이제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를 변호하려 한다'라는 내용의 포스터를 제작 발표했다.

다큐는 박 전 시장의 측근 등 모두 50여 명의 인터뷰로 진행하며, 피해자 측의 주장을 반박하는 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는 확인된 사건에 정면으로 배치되며,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주는 행위다. 제작진은 다큐 제작을 한 배경에 '2차 가해'란 강요된 침묵을 깨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 영화는 다큐 형식으로 제작은 됐지만 사실과 근접한 객관성이 훼손됐고, 불리한 영상은 배제하고 측근 등의 인터뷰 영상을 편집했다. 예고편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는 등 성폭력을 완강히 부인하는 듯한 인터뷰가 영상에 담긴다. 이는 편향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영상에 담는 등 객관성과는 커다란 격차를 보이고 있다.

재작년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이 있었다'란 국가인권위 직권 조사 결과를 내놨다. 다음해 법원에서도 박 전 시장 유족이 제기한 인권위 결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다. 이처럼 인권위를 비롯, 법원에서도 박 전 시장의 성(性)에 관해 문제가 있음을 밝혔는데도 박 전 시장 측 인사들은 자신들에 불리한 사실은 솎아 내고 그를 미화하는 영상과 인터뷰로 영상에 담는 등 이는 법원의 판결까지도 뒤집으려 하는 의도로 보여진다.

자기들의 잘못은 꽁꽁 숨겨놓고 행적은 미화하는 다큐를 계속해서 제작하고 있다. 작년 영화 '그대가 조국'은 그의 부인이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중에 있지만 영화는 조 전 장관을 커다란 희생양으로 비추었다. 다큐 영화 '문재인 입니다'도 인내의 리더십을 소유한 대통령으로 보여지게 했지만 그의 재임 당시 그릇된 정치나 정책 등에 관해선 전혀 다루지 않았다.

지지층만 의식해 진실은 가리고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사람들에게 알리는 몰염치한 행위가 더 이상 발생해선 안된다. 벌써 3년이 흘렀다. 각종 메신저와 언론, 책 등에서 이번엔 다큐까지 이들은 잔인하리 만치 '2차 가해'의 역할을 자행하고 있다.

물론 그를 기리고, 업적을 추앙하는 건 그들의 자유다. 하지만 성폭행 사실 자체를 미화하거나 부인해선 안된다. 물론 용납되서도 안된다. 콘크리트 지지층에 기댄 이들의 자만심이 과연 어디까지 통할지. 어쨌든 더 이상의 분란을 자초하는 행위가 중단되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