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같이 인프라나 생태계가 잘 돼 있는 환경 속에서도 한방(금융리스크)에 나가떨어지는데...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때문에 요즘 '이 사업을 앞으로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많아졌다."

기자가 과거 창업보육기관 자문(기업멘토) 활동을 할때 인연이 된 한 스타트업 공동 창업멤버가 최근 상황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최근 자금줄 역할을 했던 SVB가 뱅크런(bank run∙대규모 예금인출) 사태로 인한 미국발 스타트업 위기 여파가 국내에도 적잖게 전해진 탓이다. 실제로도 최근 고금리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에 처한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벤처투자액은 8815억원으로  1년 전(2조2214억원)과 비교해 60.3% 감소했다. 같은 기간 벤처펀드 결성금액도 56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6%나 쪼그라들었다. 

얼마 전까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 LG, 포스코 등 대기업들 사이 스타트업과의 협업이 유행처럼 번졌으나, 일부 기업은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 여파에 따른 실적 악화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로드스톤 모터스(Lordstown Motors)가 파산 위기와도 오버랩된다. 로드스톤은 폭스콘과의 투자 협상이 여의치 않게 되자, 위기한 처한 경우다. 대기업에 비해 자기 자본 출연에 한계가 있는 스타트업은 금융권 융자 등 정부 지원에다, 대기업과의 협업도 젖줄 역할을 한다. 정부 또는, 민간기업의 도움을 받아 창업의 꿈을 불태웠던 수많은 스타트업과 벤처기업들이 거센 한순간에 ‘촛불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태계가 허약한 탓이다. 

스타트업은 미래 성장동력의 큰 물줄기다. 특화되고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스타트업은 AI(인공지능), 드론,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로봇, 신약 등 제약바이오, 항공우주 등 4차산업혁명 시대의 마중물 역할로, 글로벌 기술 주도권 확보와 수출 등 거시경제는 물론 내수, 고용 등 우리 경제 성장에도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데에는 이견이 없다. 이는 최근 수출에서 벤처 기업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도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다.

이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들이 지난해부터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큰 폭으로 확대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내에도 미국과 같은 위기가 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에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이 여전히 변수여서다.

때문에 정책자금 방식의 정부 지원과 벤처펀드 출자 제도 개선 등의 혁신을 통해 스타트업의 생존율과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