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이어져 온 코로나19 팬데믹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은행 등 금융권이 겪을 후유증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소위 ‘빚으로 버텼다’는 말이 나올 만큼 코로나19 기간 동안 대출이 급격히 늘어났는데, 고금리 여파에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많아지면서 최근 들어 1금융권·2금융권 할 거 없이 연체율이 일제히 치솟고 있어서다.

실제 지난 2월 말 기준 국내 은행에서 1개월 이상 원리금이 밀린 대출 비중(연체율) 평균은 0.36%로,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 1월 0.06%p를 올라 2021년 5월(0.32%) 이후 1년 6개월 만에 0.3%대에 진입한 데 이어 2월까지 2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2020년 8월(0.38%)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지난해 말 0.16~0.27%에서 올해 1분기 0.20~0.34%로 상승했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연체율은 각각 0.58%, 0.82%로 은행권 평균치를 훌쩍 웃돈다. 지방은행 중에는 연체율이 1%를 넘어선 곳도 있다.

1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신용자들이 많이 몰리는 저축은행·카드사 등 2금융권의 분위기는 더욱이 심상치 않다. 1분기 대다수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1%대를 넘어섰으며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7년 만에 다시 5%대로 올라섰다.

이전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으로 폭증한 가계빚이 주요 부실 뇌관으로 지목됐다면 자영업자대출 중심으로 늘어난 기업대출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인낸싱(PF) 불안까지 더해져 첩첩산중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19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금융지원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중 만기연장은 2025년 9월까지 자율협약에 의해 연장이 가능하지만 상환유예는 9월 말을 끝으로 지원이 종료된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는 총 다섯 차례 연장으로 3년 넘게 이어져 왔다. 이에 그동안 지표에 아직 안 잡히던 대규모 잠재 부실이 한 꺼 번에 드러나면서 금융권의 건전성 악화가 더욱 본격화될 여지가 크다. 여러 우려에 깜깜이로 남겨두고 있던 판도라의 상자가 드디어 열리는 셈이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대출 상환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매출과 수익이 회복되지 않았다며 최근 상환유예 조치의 추가 연장에 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이젠 한계치에 도달했다. ‘부실’이란 시한폭탄을 수면 아래 두고 표면화되는 시기만 뒤로 계속 미루는 건 정답이 될 수 없다.

‘연명 치료’나 ‘폭탄 돌리기’가 아닌 정상화를 위한 ‘출구’를 찾아야 할 시점임이 분명하다. 바로잡을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자영업자는 물론이고 금융사와 시장 전반이 충격에 휩싸이기 전 금융당국의 주도의 선제적 위험 관리와 함께 취약차주들의 연착륙을 위한 보다 섬세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