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안종열 글로벌경제신문 기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고경력 은퇴자들의 중국 등 해외 이직 등이 고스란히 기술 유출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최근 핵심 기술이 포함된 자료를 유출한 혐의로 엔지니어 A씨를 해고 조치하고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A씨는 핵심 기술이 포함된 중요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했으며, 이 중 일부를 다시 본인의 또 다른 외부 메일 계정으로 2차 발송한 뒤 보관하다가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통해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작년에도 정보 유출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 전 연구원 등 7명이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기술 유출로 인한 타격은 상당하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기술유출로 인해 입는 국가적 피해는 연간 56조원으로 추산된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반도체가 8건으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의 경우 기술적으로 유출이 쉽지 않지만 워낙 경쟁력이 있다 보니 주 타깃이 되고 있단 분석이다. 

반복되는 이유로는 '솜방망이' 처벌이 꼽힌다. 법원의 사법연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총 95명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았지만 실형은 받은 사례는 단 6명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범죄에 대한 입증이 어렵기 때문에 기술을 유출해도 고의성이 없다고 우기면 처벌이 어렵다. 

우리는 여기서 한때 세계 1위 점유율을 가지고 있던 LCD(액정표시장치) 산업 주도권을 중국에 넘긴 과정을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2년 LCD 자회사 ‘하이디스’를 중국 기업 BOE에 매각했다. BOE는 기술공유를 명분으로 LCD 기술과 주요 인력만 흡수한 후, 2003년 하이디스를 부도 처리하고 2008년 대만 기업 ‘이잉크’에 팔아넘겼다.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여기서 중국으로 누출된 하이디스의 기술자료만 총 4331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 유출로 우리나라 전체 경제가 뒤흔들린 것이다. 

산업기술의 국외 유출은 단순히 일개 기업의 기술력이 넘어간 사건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기업의 생존은 물론 국가 경쟁력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한다. 처벌을 강화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무관용 엄벌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행위를 반복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