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코인.'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투자한 코인으로 이목을 끈 가상자산.

김치코인은 국내 업체가 발행한 가상자산을 일컫는다. 전세계 가상자산 시장에 큰 충격파를 던졌던 테라·루나 코인도 대표적인 김치코인 중 하나다. 발행사인 테라폼랩스의 본사가 싱가포르에 있지만, 대표인 권도형이 한국인이라는 점에서 국산 코인으로 정의돼 왔다.

최근 동향만 보면 김치코인의 이미지는 썩 좋지 못하다.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배경이 된 '퓨리에버' 코인 등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 왔기 때문이다. 최근엔 국내 P2E 코인 발행사들의 입법 로비 의혹이 불거지며 또다시 신뢰도 문제가 재점화되고 있다.

김치코인이 부정적인 늬앙스를 갖게 된 건 투자자를 기만한 일부 발행사들의 그릇된 운영방식이 문제였다. 미 검찰 수사 결과에 따르면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된 권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 1년 전 미국의 한 투자회사와 공모해 코인 시세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테라폼랩스는 시세를 조작한 사실을 숨긴 채 소셜미디어를 통해 UST의 가격 안정성을 보장하는 알고리즘 구조를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 이야기의 결말은 99% 폭락한 코인이다. 피해는 결국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 앉았다.   

코인원에 단독 상장됐다 지난 5일 거래지원 종료된 퓨리에버 코인도 마찬가지였다. 발행사는 홈페이지와 백서를 통해 서울시의회와 포스코, KT 등과 협업했다고 홍보했는데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퓨리에버 코인은 코인원 상장 초기 2000원으로 시작해 한 달 만에 1만원대까지 급등했다. 현재 가격은 개당 0.05원대로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발행사들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 문제가 있는 코인들을 시장에 유통시킨 거래소, 이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는 당국, 관련법에 속도를 내지 않는 국회의 미온적인 태도가 화를 키웠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김치코인은 국내에서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에 단독 상장한 가상자산 중 57%가 김치코인이었다. 

거래소들이 솎아내기 작업을 통해 김치코인의 비중을 점차 낮춰가는 추세지만, 이들이 해당 코인들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이유에는 수수료 수익과도 연결고리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 코인 투자자들은 김치코인 등 비주류 코인들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소액으로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은 비트코인, 이더리움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더라도 고수익이 가능한 김치코인에 손을 내밀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통계상으로도 이는 확인이 가능하다.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보유 이용자 현황을 보면 1000만원 이상 보유한 이들은 전체의 6%에 그친 반면, 50만원 미만을 보유한 이용자들의 비중은 무려 69%에 달한다.  

분명한 것은 수수료 수익을 주 업으로 삼는 코인 거래소 특성상 민간 사업자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코인 시장을 무법지대로 방치한 국회에도 책임이 있다. 

가상자산 관련 법안은 2017년 첫 발의된 후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최근 국회는 부랴부랴 불공정거래 행위의 처벌규정을 담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안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가장 민감한 사안인 코인 발행, 상장, 공시 등은 후속 입법으로 예고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모든 김치코인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일부 국내 코인 발행사들은 홀더들과 꾸준히 소통하거나 재단을 통해 투명하게 운영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김치코인이 잡코인으로 치부되거나 비리의 온상으로 지목된 배경에는 '옥석 가리기'의 과정과 책임을 투자자가 온전히 떠 앉는 기형적인 구조에 원인이 있다.

정보 비대칭성이 대표적이다. 백서의 불완전함은 여전하고 상장 직후 코인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은 투자자들이 제대로 알 길이 만무하다. 이슈 하나에 코인 가격이 휘청거리거나 상폐로 바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명확한 상장 기준을 포함해 투명한 공시 체계의 정립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