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북한의 해킹 시도와 사무총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박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이 23일 오전 북한의 해킹 시도와 사무총장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 과천 중앙선관위를 항의 방문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여당 간사 이만희 의원과 면담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고위직 간부들이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은 물론 이들의 승진까지 챙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작년 3월 김세환 전 사무총장이 자신의 자녀 특혜채용으로 사퇴한 지 1년여 만에 사무처 고위직 간부들이 동일한 사유로 동반 사퇴했다.

선관위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 사무차장 등 네 명의 자녀와 경남·제주선관위 간부 자녀 두 명의 경력직 채용만 총 여섯 건이다. 이 가운데 다섯 건은 임용 뒤 초고속 승진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이 모든게 조직적으로 이뤄진 정황이 곳곳에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의혹은 선관위 박찬진 사무총장을 비롯, 송봉섭 사무차장 자녀가 지방공무원으로 있다 각각 작년, 지난 2018년 선관위 경력직 공무원으로 채용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무엇보다 박 사무총장과 송 사무차장이 자신의 자녀 채용에 있어 최종 결재권자라는 점에서 상식적 납득이 힘들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녀가 선관위에 채용된 뒤 특혜는 없었다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박 사무총장 딸은 채용 시 여섯 달, 송 사무차장 아들은 15개월 만에 승진했다. 이번에 확인된 여섯명 가운데 다섯명이 승진한 것이다. 더욱이 직원들이 고위 공직자의 자녀 채용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는 조직 내에선 오랜기간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는 것이다. 

헌법상 독립기구인 선관위가 공식과 상식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이들은 4촌 이내 친족이 직무 관련자가 될 경우 신고해야 한다는 선관위 공무원 행동강령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선관위의 일탈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대 총선 사전투표 때 '소쿠리 투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 선거인 명부유출을 비롯, 투개표 조작 시스템 마비의 위험에 노출됐었다. 더 기가 막힌 건 해킹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선관위는 한 해 예산만 4000억원에 이른다. 직원들 수는 3000명이다. 이처럼 방대한 조직과 수사기관에 준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 등 외부의 견제를 거부하면서 자정능력이 추락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오랜 관료주의, 폐쇄적 조직운영 등이 커다란 폐단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런데도 선관위는 이번 고위직 고용세습사태에 꼬리자르기 사퇴를 비롯, 자체 조사 등으로 뭉개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이는 상황이다.

이처럼 썩은 내가 진동하는 선관위에 대한 조직개혁을 지금이라도 실행하지 못한다면 이같은 퇴폐적 관행은 또 다시 반복될 것이 뻔하다. 선관위는 대법관이 위원장인 독립기구란 우월적 위치를 내세우며 사실상 타 기관에 비해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렇다고해서 이들을 향한 수사가 성역이 있어서는 안된다.

특히나 채용 문제는 젊은 세대에겐 가장 민감한 사안이다. '아빠 찬스'가 이들 젊은 세대에겐 쓰디쓴 좌절을 안겨줬을 것이다. 강제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 없는 진상 규명, 이에 따른 합당한 사법적 처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더불어 선관위는 조직의 명운을 걸고 대대적인 개혁방안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