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과 주거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 세대들의 중장기 자산형성을 돕는다는 취지의 정책금융 상품인 ‘청년도약계좌’가 이달 15일 시중에 나온다. ‘또?’라는 기시감이 들 수 있으나 앞서 지난해 2월 문재인 정부 시절 출시된 유사한 형태의 정책금융 상품인 ‘청년희망적금’과 다른 상품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만 19~34세 청년 중 개인소득 7500만원 이하이면서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 기준을 충족하는 청년을 대상으로 한다. 개인이 5년간 월 최대 70만원씩 적금을 부으면 정부의 기여금과 은행 이자, 비과세 해택 등이 더해져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당초 대선공약에서 10년 만기에 1억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을 내세워 이른바 ‘1억 통장’으로 불렸던 것과 비교해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으로, 재원 투입 여권과 수요 등을 고려해 운영 방향을 현실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청년층 사이에선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금융 상품이라는 푸념이 다수 나온다. 만기가 너무 길어서다. ‘5000만원’이라는 숫자에 혹했다가도 ‘5년’이라는 숫자에 뒷걸음치는 형국이다. 만기 5년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가입을 시도할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산도 변한다’는 기존 10년보다는 절반 단축됐으나 5년도 절대적으로 긴 시간이다. 일반 시중 적금상품의 경우 만기가 통상 1~3년 단위다. 최근에는 이마저도 길다고 느끼는 젊은층 성향에 맞춰 1개월 만기 초단기 적금까지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금융권 트렌드에 비춰볼 때 괴리는 더 커진다.

특히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인데다 결혼 등 변수까지 고려하면 20~30대 사회초년생 입장에서 만기 5년은 더 막막한 숫자다. 빠듯한 주머니 사정에 생활비, 월세 등을 빼고 나면 적금에 할애할 수 있는 여윳돈도 크지 않다. 이에 최대 납입금액인 70만원을 무려 5년간 매달 꾸준히 모을 수 있는 건 소위 ‘엄빠(엄마·아빠) 찬스’를 쓸 수 있는 부류에나 가능한 미션이라는 냉소적 반응까지 나온다.

정부의 예상치보다 8배나 많은 약 290만명이 몰리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청년희망적금’만 해도 1년도 채 되기 전에 45만명의 중도 해지자가 나온 전례가 있다. 해당 상품은 연 최고 9%대 금리 혜택을 주는 데다 만기 2년, 월 최대 납입금액 50만원 수준으로 설계돼 계좌 유지 부담이 훨씬 덜 했음에도 전체 가입자의 15% 수준에 이르는 청년들이 만기를 채우지 못하고 이탈했다.

당연히 만기가 5년으로 더 긴 청년도약계좌의 중도 해지는 중도 해지가 더 많을 것으로 예견된다. 사망·해외이주, 퇴직, 폐업, 천재지변,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 생애최초 주택구입 등 특별중도해지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중도 해지 시 당연히 정부 기여금과 비과세 혜택 등을 받을 수 없다.

청년들의 중장기 자산형성을 돕는다는 정책적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만기까지 계좌 유지가 관건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단 예·적금 담보부대출를 꺼내 들었으나 5년 만기의 무게감을 줄이기엔 역부족이다. 좋은 취지의 청년도약계좌가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선 더 강력한 추가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